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같은 잣대 촉각
  •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 정상윤 기자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 정상윤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사내이사로 재선임 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현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을 포함, 총 4건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통과된 안건은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등 총 4건이다.

    주총 결과 현 회장과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가 사내이사로 재선임됐으며, 김호진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전무가 기타 비상무이사로 역시 재선임됐다.
     
    현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은 주총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1.98%를 보유한 3대 주주 국민연금이 연임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현재 그룹사 일감 몰아주기와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예상과 달리 국민연금은 지난 21일 현 회장의 재선임 안건에 ‘기권’을 결정했다.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기업 가치를 훼손할 수 있지만, 주주 가치에 미칠 영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다.

  •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뉴데일리 DB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뉴데일리 DB

    재계는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오는 27일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다.

    현행 대한항공 정관상 이사 선임과 해임은 의결권의 3분의 2(약 66.6%)가 필요하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대한항공 지분율이 33%대인 것을 고려하면, 재선임을 위해서는 이를 넘어선 약 34%의 의결권이 필요하다.

    모든 관심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여부로 쏠린다. 지분율 11.56%로 대한항공 2대 주주에 올라있는 국민연금의 결정이 다른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29일 열릴 한진칼 주총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는 조 회장 측근 석태수 현(現)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6.7%로, 3대 주주에 올라있다.

    경제계는 국민연금이 오는 대한항공 주총에서도 주주가치와 수익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자칫 기업 경영권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현정은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사내이사 재선임에 기권한 것은 앞선 과도한 기업 경영개입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것”이라며 “이번주 열릴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총에서도 경영진 개인의 도덕성 논란과 사회적 여론에 휘둘리기보단 기업의 장기 가치와 수익성을 고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