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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이 20년 만에 대한항공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 결정적이다.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제 57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주주는 5789명, 주식수는 7004만 946주로 의결권 있는 주식의 73.84%를 차지했다. 보통결의 사항 뿐 아니라 특별결의 사항도 결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조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출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수 가운데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대한항공 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대한항공 등기이사는 물론 대표이사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다만 그룹 회장직은 유지된다.
결국 국민연금의 반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대한항공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한항공에 대해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사 연임 반대는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아 의결권 행사가 가능했다.
조 회장 및 오너일가와 한진칼 등은 대한항공 지분 33.3%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조 회장 연임에 반대하기로 하면서 외국인 지분 결정이 중요해졌다. 작년말 기준 대한항공 외국인 지분은 24.8%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 반대 의견에 동조해 외국인 지분이 조 회장 연임에 반대하며 조 회장이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조 회장 연임에 반대 권고를 했다. 이들은 위법협의를 받는 조 회장의 재선임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표 행사를 권유했다. 해외 연기금인 플로리다연금도 조 회장 연임 안건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또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며 조 회장 연임 반대 의견을 모았다.
이에 대한항공 일반직 노동조합은 의결권 행사는 주주가 갖고 있는 고유 권리이며 일방적인 압력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부 단체 압력은 회사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대책 없는 경영공백은 조합원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사외이사에는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신규 선임됐다.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에서는 이사 보수한도가 지난해와 동일한 50억원으로 결정됐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이사 보수한도 50억원 중 47억9000만원을 집행했으며 올해도 동일한 수준의 보수 한도를 책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