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되레 추경 명분 약해져"IMF 뺀 글로벌 기관 전망치 2.5% 밑돌아
  • ▲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유지했다. ⓒ 뉴데일리
    ▲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유지했다. ⓒ 뉴데일리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을 깨고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유지했다. 당초 IMF가 다른 국제신용평가사와 같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이에 지난달 방한한 IMF 연례협의단의 제안대로 한국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로 한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IMF의 이러한 결정을 미세먼지, 경기대응 추경 편성의 동력으로 삼을 전망이다. 정부는 오는 25일 국회에 6~7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출한다. 

    하지만 되레 추경 편성 명분이 약해졌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이 한국 전망치 유지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본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하강이 예상보다 심하지 않기 때문에 IMF가 굳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할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 세계 경제성장률 3.3% 전망… 0.4%P 낮춰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이날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했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3%로 지난해 10월 전망치인 3.7%보다 0.4%P 낮춰잡았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선진국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2.5%에서 2.3%로 0.2%p로 하향 조정했고, 유로존(EU)은 1.9%에서 1.3%로 0.6%p 내렸다. 특히 독일의 경우, 1.9%에서 0.8%로 1.1%p로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중국 경제의 성장 전망은 6.3%로 제시해 지난해 10월에 비해 0.1% 상향조정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일부 해소되면서 하방리스크가 완화됐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일본의 성장률 전망치는 0.9%에서 1.0%로 조정했다.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세계경제 현 상태를 '민감한 순간(delicate moment)'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전세계 국가 중 70%가 올해 성장 둔화를 겪게 될 것"이라며 "주요 경제권역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 추경안 힘 받나, 힘 빠지나 

    IMF는 이번 보고서 우리나라에 대한 정책 권고를 따로 담지않았다. 대신 일반적 정책권고를 통해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확장적인 재정과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IMF연례협의단은 우리나라를 찾아 경기부양을 위해 GDP의 0.5% 규모인 우리돈으로 9조원가량의 추경안을 권고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올해 470조원의 슈퍼 예산을 편성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추경을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매년 추경안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돈풀기라는 비판이, 경제계에서는 적자국채 발행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 여론이 거센 상황이다.

    국자재정법이 추경 편성 요건으로 '경기침체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 변화'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요건을 채우지 못한 채 정부가 추경을 밀어부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IMF의 성장률 유지 전망에는 추경안을 포함한 확장적 재정기조가 반영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IMF의 결정을 추경 논란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달 IMF 연례협의단 방한 자리에서 추경을 조언했고 우리 정부가 추경 편성에 관한 정책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성장률 전망치가 유지됐다는 것이다. 


    ◇ IMF 뺀 글로벌 기관 전망치 2.5% 밑돌아

    일각에서는 IMF의 한국 성장률 유지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투입 효과를 낼 추경안의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IMF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에 대해 전망을 유지한 기관은 사실상 IMF가 유일하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우리 경제상황에 '경기 부진' 판정을 내렸다. KDI는 "우리 경제가 대내외 수요 위축으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실제 수출과 생산, 투자, 소비 등 산업활동 지표의 부진은 올들어 계속되고 있다. 우리 수출을 견인해온 반도체가 흔들리면서 4개월 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대외여건 악화에 외국계 투자은행(IB)이나 국제신용평가사 등의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5%를 밑돌고 있다.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인 2.6~2.7%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IHS마킷은 1.7%로 내다봤으며 ING그룹과 도이체방크는 각각 2.3%로 낮춰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