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사재 3800억 출연… 추가 가능 미지수회사채-ABS 상환 봇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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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랑끝에 몰린 박삼구 회장이 새롭게 꺼낼 깜짝카드가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재계에서는 산업은행 눈높이에 맞는 추가 자구안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자구계획안을 산업은행이 사실상 거부하면서 박삼구 회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총 차입금은 3조4400억원으로, 이 중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1조3200억원이다. 신용 등급이 떨어지면 조기상환 요구가 예상되는 ABS는 1조1000억원에 달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에 5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조건으로 3년 내에 아시아나항공을 경영정상화할 수 있는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번 자구안의 주요 골자는 박삼구 회장의 아내와 딸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13만3900주(4.8%) 전량을 담보로 내놓기로 한 것이다. 또 금호타이어 담보지분 해지 때 박 회장과 아들 박세창 사장의 보유지분 42.7%를 담보로 제공키로 했다. “모든걸 걸었다”며 결연한 의지를 밝힌 금호아시아나그룹 '배수의 진'이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실질적인 방안이 없고 시간벌기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퇴짜를 놨다. 특히 대주주의 책임있는 노력이 없다며 박삼구 회장을 겨냥해 퇴진 및 추가적인 사재출연, 유상증자 등을 요구했다.

    이를 두고 금호아시아나그룹 안팎에서는 박 회장이 더 꺼낼 카드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012년 워크아웃 이후 어려움을 겪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해 박 회장은 보유 중이던 금호석유화학 지분 265만5792주 전량을 매도했다. 매각 대금으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각각 2200억원, 1130억원어치 참여했다.

    박 회장은 작년 12월에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보유 주식 전부를 담보로 제공하면서 채권단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차입금 연장을 요청했다. 당시 박 회장은 금호고속 보통주 14만8012주, 금호산업 보통주 1만주, 아시아나항공 보통주 1만주 등을 산업은행에 담보로 맡겼다. 담보금액은 696억9200만원에 이른다.

    즉, 지금까지 3800억원 가량의 사재를 출연한 박 회장이 추가로 내놓을 게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제출한 자구계획안을 바탕으로 채권단과 긴밀히 논의해 나갈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만큼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도 답답하고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방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목소리에서는 단호함이 묻어나고 있어 박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더 물러설 곳이 없지 않겠냐는 관측이 높다.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하는 수순이 될 것이란 얘기다. 자칫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하면 그룹 자체는 사실상 해체 혹은 중견기업으로 쪼그라들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을 최정점으로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박 회장은 그룹 지주사 격인 금호고속 지분 31.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21.0%, 딸인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 1.7% 등 오너 일가가 53.8%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산업의 지분구조는 금호고속 45.30%, 박삼구 회장 0.03%,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0.02%, 윤병철 금호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상무 0.05%, 서재환 금호산업 사장 0.01%, CJ대한통운 3.38% 등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 33.47%, 금호석유화학 11.98% 등이 지분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