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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뷔는 참 신기하다. 몇년 전 한진해운 사태가 최근 아시아나항공에 똑같이 생기는 것 같아서다. 정부 및 채권단에 찍히면 기업은 죽는다는 사실 말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운명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1위,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이 2017년 2월 법원의 최종 파산 선고로 40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조양호 회장의 사재를 포함해 한진그룹은 1조원 가량을 쏟아 부었기에 더 이상 지원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갔고 끝내 파산 처리 됐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산업은행)은 대주주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하며 조 회장에게 추가적인 사재 출연 등을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2~3년이 흐른 지금, 아시아나항공의 목숨 줄을 쥐고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똑같이 추가 사재 출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주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6일 아시아나항공과 산업은행이 맺은 재무 개선 MOU의 시효 만기를 앞두고 발생하는 일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은 3조4400억원 수준이며, 이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할 단기차입금은 1조3200억원에 달한다. MOU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신용등급이 하향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차입금 조기상환 압박이 커진다. 결국 유동성 위기로 회사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일 자산 매각과 비수익 노선 정리, 효율적인 조직 개편 등을 약속했다.
문제는 산은 압박으로 이것저것 내다 팔기 시작하면 결국에는 장사할 게 없어진다는 점이다. 한진해운도 산은의 압박에 벌크전용선, LNG선, 부산 신항만 터미널 등을 잇따라 매각했다. 수익 낼 수 있는 거위를 다 팔아버리고 나니, 이제 알은 더이상 얻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 금호아시아그룹의 회장직에도 물러나기로 한 박삼구 회장의 응답이 산은은 성이 차지 않는 모양새다. 최소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뺏어가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아시아나항공까지 가져가거나 공중분해 시키길 원하는 것인지 참으로 모를 일이다.
한진해운에 근무했던 한 직원은 “자금 회수만 생각하고 돈 되는 자산을 팔아버리고 나면 결국 목숨만 연명하는 껍데기 밖에 남지 않는다. 그 상태로 자력 갱생하라고 하니 그게 가능하겠냐”며 “아시아나항공을 향한 채권단의 행보가 한진해운 때와 똑같은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진해운이 없어지면서 국내 해운업계의 위상이 엄청나게 쪼그라든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항공산업에 최대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