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면서 재계순위 35위에서 60위권 밖의 중견그룹으로 축소된다. 사명 역시 금호아시아나에서 '금호'로 단촐해질 처지에 놓였다. 

    재계에서는 금호의 중견기업화가 과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았던 현대그룹, DB그룹과 '닮은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기업은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를 매각, 그룹이 쪼그라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매출액은 6조2012억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액인 9조7329억원의 64%에 달했다. 

    같은기간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의 매출액이 각각 1조3767억원, 4232억원에 그쳤다.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경우, 그룹의 자산 규모는 4조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호그룹은 한때 재계순위 7위까지 올라섰다. 지난 2006년과 2008년에 각각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면서다. 

    문제는 무리한 기업인수 과정에서 차입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었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기업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됐다. 이 과정서 워크아웃을 진행하며, 경영권을 산은에 내주고 관리를 받았다.

    닮은꼴인 현대그룹도 마찬가지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과정서 현대증권, 현대로지스틱스 등을 줄지어 매각했다. 이 과정서 현대상선 역시 채권단에 넘어가면서 중견기업으로 축소됐다. 

    옛 동부그룹인 DB그룹 역시 산은 주도의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주요 계열사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동부건설, 동부제철, 동부대우전자, 동부익스프레스 등의 주인이 모두 바뀌었고 재계서열 역시 2005년 13위에서 지난해 기준 43위로 밀렸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산은 주도의 구조조정 과정서 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는 초강수를 두며 그룹 살리기에 나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에는 회사 주인이 바뀌더라도 사정이 나아지면 계열사를 되찾을 수 있었으나 근래 분위기는 달라졌다. 

    채권단이 '우선매수권'을 내주지 않는데다 기업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론까지 거세졌다. 

    금호아시아나항공이 산은에 제출한 수정 자구안에는 공동매각권(Drag-along)과 아시아나항공 상표권까지 포함돼 있다. 

    공동매각권은 소수주주가 지배주주 지분까지 제 3자에게 함께 매각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채권단이 출자전환 등을 통해 아시아나 지분을 보유하게 되더라도 매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것이다. 

    또 과거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서 박삼구 전 회장이 상표권을 앞세워 매각을 방해했던 전례를 고려해 아시아나항공 상표권도 함께 넘기게 했다. 

    한편 박 전 회장은 이날 사내게시판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알리며 "그간 그룹을 이끌어왔던 저로서는 참으로 면목없고 민망한 마음"이라며 "제게 '모든 것'이었던 아시아나를 떠나보낸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