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3대 중점육성산업으로 '바이오' 낙점… 업계, 체감 못하는 분위기지지부진한 규제 혁신… 첨단바이오법 제동, 규제 샌드박스에도 불만
  • ▲ 청와대는 지난 1월 영빈관에서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개최했다. ⓒ청와대
    ▲ 청와대는 지난 1월 영빈관에서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개최했다. ⓒ청와대

    청와대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비메모리, 미래형 자동차산업과 함께 중점육성산업으로 선정했지만,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에 대한 갈증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22일 비메모리 반도체, 바이오, 미래형 자동차 등 3대 분야를 중점육성산업으로 선정해 범정부 차원의 정책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혁신 성장의 3대 축으로 삼은 이유는 ▲세계적 경쟁력 보유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 ▲자본과 인력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도움 ▲일자리 창출 효과 등 5가지 기준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이 가진 글로벌 경쟁력은 수출 성장세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의약품수출액은 지난 2008년 1조 2666억원에서 2017년 4조 6025억원으로 263.5% 증가했다. 기술수출은 지난 2017년 1조 4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5조 3706억원 규모로 3.8배 늘었다.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 열기도 뜨겁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가 개발 중이거나 개발 예정인 신약은 총 963개로 1000개에 육박한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도 문재인 정부의 관심을 끌었다. 제약산업 종사자는 지난 2017년 9만 5224명으로, 최근 10년간 2만 118명 증가했다. 제약산업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고용증가율은 2.7%로, 전산업(1.3%)과 제조업(1.3%)보다 2배 이상 높다.

    이에 정부는 올해 바이오 연구개발(R&D)과 사업화에 전년보다 2.9% 늘어난 총 2조 9308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부처별 투자금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조 1575억원, 교육부 5395억원, 보건복지부 4571억원, 농림축산식품부 3056억원, 산업통상자원부 2538억원, 해양수산부 1118억원 순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정부의 관심에 반가워하면서도 정작 실질적인 영향은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규제 혁신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바이오 벤처들은 민간에서도 투자를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지원금을 굳이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며 "정부에서는 아직도 바이오를 R&D 개념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바이오는 이제 산업화돼서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상태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생명에 직결되는 의약품을 생산한다는 특성상, 정부의 규제가 비교적 심한 산업이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제약·바이오 산업 관련 규제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고 표명했지만, 최근 '인보사' 사태로 인해 규제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식약처는 이 사건을 계기로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허가 이전 단계부터 허가 이후 단계까지 검증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업계에선 연구개발비 증가로 인한 부담감을 안게 됐다.

    3년 여간 기다려왔던 바이오 업계의 숙원 법안인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첨단바이오법)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인보사 사태의 영향으로 첨단바이오법이 제2소위에 회부된 것이다. 더구나 4월 국회가 파행되면서 이달 내 첨단바이오법 제정은 요원해졌다.

    일각에선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DTC(Direct To Consumer, 소비자직접의뢰) 유전자검사 업계에서는 복잡한 신청절차, 관련 부처의 소극적 태도, 엄격한 시행 조건 등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규제 샌드박스로 실증특례를 받더라도 복지부의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업계에선 규제 완화로 인한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규제 샌드박스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오는 25일 규제 샌드박스 시행 100일을 맞아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과제를 논의, 확정할 계획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아직 시행 초기 단계이지만, 규제 샌드박스가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며 "규제 혁신을 위한 전기(轉機) 마련과 분위기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전례가 없는 혁신적인 제도인 만큼, 더욱 보완‧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오는 25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규제 샌드박스 시행 100일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과제를 논의‧확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