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제치고 M&A 주도권 행사자금 능력, 일괄매각, 성공경험, 시너지 등 제시한화 SK 유력… 롯데 신세계 애경 후보군
  • ▲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앞두고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발언이 인수 기업들에게주목받고 있다. ⓒ산업은행
    ▲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앞두고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발언이 인수 기업들에게주목받고 있다. ⓒ산업은행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앞두고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인수 후보 기업들에게 직간접적인 가이드라인을 주는 모양새다.

    산업은행도 이 회장의 발언을 착실히 이행하면서 매각에 있어 금호그룹을 제치고 칼자루를 쥔 모습이 역력하다.

    8일 산업은행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금액은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11.98%의 지분도 함께 구주 매각 대상이 된다면 최대 2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시작됨과 동시에 선구조조정·충분한 자금 지원·투명한 주관사 선정 등을 천명하면서 시장에 아시아나 바람을 몰고 왔다.

    이와 관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인수가격과 자금지원 능력이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과 일괄매각하는 게 바람직하다"라는 발언을 쏟아냈다. 

    시장에서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자금 동원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SK, 한화, 롯데, LG, CJ그룹 등이 줄줄이 거론됐다.

    아시아나 항공의 자회사 분리매각 등으로 눈높이를 조금 낮추면 GS, 신세계, 애경그룹도 충분히 가능한 후보군으로 점찍는 분위기다.

  • ▲ 지난해 12월 6일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 화락 하이테크 단지에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기 엔진부품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왼쪽)이 베트남 쯔엉 화 빙 수석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12월 6일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 화락 하이테크 단지에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기 엔진부품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왼쪽)이 베트남 쯔엉 화 빙 수석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분위기는 한화그룹이 잡아가고 있다. 

    한화그룹은 롯데카드 인수 포기, 적자인 면세점 사업부 정리 등을 천명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공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는 모습이다.

    한화그룹은 재무구조가 탄탄한데다 사업시너지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그룹 내 한화케미칼이라는 든든한 캐시카우가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삼성과의 화학 ‘빅딜’ 이후 약 3년 간의 유래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현금도 두둑하게 쌓아둔 상황이다. 

    여기에 한화그룹이 국내 그룹 중 유일하게 항공기 엔진 개발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한화테크윈)를 운영하는 것도 명분상 큰 장점이다. 

    플라자호텔 및 갤러리아 백화점과의 내수·소비 시너지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산업은행이 인수자로 점찍기에 아깝지 않다는 분석이다.

    단 그룹 내 인수를 위해 재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한화케미칼 밖에 없다는 것은 부담요인으로 보인다.

    CJ 그룹도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 많이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대한통운과의 물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E&M도 한류열풍을 활용한 컨텐츠를 항공사와 결합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내수·소비에 치중한 다른 그룹들과 비교했을때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흠이 있다. 또 재무적 여력이 있는 계열사가 ENM뿐이어서 단독 인수를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로 들어가면서 기자들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며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연합뉴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로 들어가면서 기자들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며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연합뉴스

    최근 이동걸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를 선정할 때 경영 성공 경험과 그룹 내 시너지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라고 언급해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 흐름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렇게 되면 단연 SK그룹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SK그룹은 정권을 넘나들면서 유공(SK이노베이션),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을 비롯해 하이닉스반도체(SK하이닉스) 등의 굵직한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회사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워낙 이름을 떨쳤고 대부분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가 가장 크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텔레콤·하이닉스·이노베이션이라는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핵심계열사들이 즐비한데다 호텔, 면세점, 그리고 하이닉스의 반도체 항공물량 등의 시너지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이닉스는 손자회사이기 때문에 인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텔레콤은 하이닉스의 추가 지분매입을 공공연하게 밝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럴경우 현금여력이 그다지 남지 않는다는 점이 걸린다. 

    가능성이 있다면 이노베이션인데, 역사적으로 이들이 관련사업 외에 투자했던 전력이 없었던 지라 섣불리 언급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LG 그룹은 재무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시너지가 크지 않아 크게 언급이 되지 않고 있다"며 "SK와 한화그룹은 재무와 사업시너지 측면에서 모두 충족하지만 그룹내에서 누가 인수 주체가 될 것인지에 의문이 많은 상황이라 불확실한 부분이 존재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