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T 개선해 지하철 수준 편의 제공" 무색전문가 "정시성 확보에 필수"대광위, 지자체 요금체계 문제 파악조차 안 돼
  • ▲ 세종시BRT(왼쪽)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BRT.ⓒ국토부
    ▲ 세종시BRT(왼쪽)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BRT.ⓒ국토부
    국토교통부가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개선해 지하철 수준의 이동 편의를 제공하는 슈퍼 BRT(S-BRT)를 선보이겠다고 밝혔지만, '팥소 없는 찐빵'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급 BRT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류장 사전요금지불 시스템 도입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어 반쪽짜리 서비스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토부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에 따르면 BRT 운영체계를 개선해 올해 안에 지하철 수준의 이동 편의를 제공하는 S-BRT 표준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S-BRT는 우선신호체계와 지하차도, 교량 등을 통해 교차로 구간에서 멈추지 않고 빠르게 이동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우선신호체계, 정류장, 전용차량, 환승시설 등 주요 구성요소에 대한 설치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조만간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전용차량의 경우 전기·수소 등 친환경 저상버스 도입으로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S-BRT는 제3기 신도시로 추가 조성될 부천 대장(김포공항역~부천종합운동장역) 등에 설치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S-BRT가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광위가 밝힌 S-BRT 구축계획에 핵심 요소인 정류장 요금지불 시스템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류장 요금지불 시스템은 지하철처럼 승객이 정류장에서 교통카드 등으로 미리 요금을 계산하는 것으로, BRT 핵심인 정시성 확보에 필수적인 요소다. 버스를 타고내리는 시간이 짧아져 출퇴근 시간처럼 혼잡할 때 효과적이다. 국내에 BRT를 최초로 소개한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은 "브라질 등 BRT 도입 선진국은 정류장에 선지급 시스템을 갖춰 버스가 오면 지하철처럼 여러 개의 출입문으로 동시에 타고내린다"며 "남미 등 수준 높은 BRT 시스템을 갖춘 도시들은 이 시스템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외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의 중급 이상 BRT를 구축하려 한다면 정류장 요금지불 시스템 도입은 필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광위가 기대 속에 출범했지만, 아직 BRT 관련 전문성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대광위 간선급행버스체계과 관계자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회의 때 요금 선지급 체계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며 "연내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기술·서비스 수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종 BRT의 경우 운영기관(세종도시교통공사)에서는 요금체계와 정류장 구조개선 등의 문제로 당장 도입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한다"며 "(대광위는 아직) 요금체계 문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세종도시교통공사는 공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넘겼다. 세종교통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정류장을 관리하지만, 정류장 요금지불 시스템 구축은 행복청에서 담당한다"면서 "지방자치단체별로 버스요금 체계가 달라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세종 BRT는 인근 대전시와 공주시 버스가 광역 BRT망을 함께 운행하는 가운데 지자체별로 기본요금 등이 달라 문제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금지불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앞서 지자체 간 협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대광위는 아직 이런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행복청 한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여건이 달라 기본요금을 통일하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광위는 BRT를 개선해 제3기 신도시 등에서 S-BRT 서비스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당 기간 반쪽짜리 서비스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