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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사태'로 인해 검찰 수사에 집단소송까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키는 식약처가 쥐고 있다. 식약처의 처분에 따라 향후 관련 법적 분쟁과 기술수출 계약까지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를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 검찰 수사에 집단소송까지… 코오롱생명과학, "각종 의혹 해소하겠다"
지난달 30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우석 대표를 약사법 위반으로, 식약처와 이의경 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결과다.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사건을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에 배당했다. 형사2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를 맡았던 의료범죄 전담부서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환자들의 집단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이달 내에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공동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지난 8일 기준으로 140여 명의 환자가 집단소송 참여 의사를 표명했으며, 이 중 60여 명은 소송을 위한 서류를 완비한 상태다.
환자뿐만 아니라 일부 주주들도 등을 돌리면서 법무법인, 시민단체의 집단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 하락은 물론이고,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해명이 엇갈리면서 신뢰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소액주주 비율은 각각 약 56%, 38%에 달한다.
검찰 수사가 착수된 상황에서도 코오롱생명과학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검찰 수사를 통해 인보사의 안전성 문제뿐 아니라 도덕적인 문제까지 함께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최근 코오롱티슈진으로 인해 짙어진 고의 은폐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받으면 최선을 다해서 인보사에 대한 안전성·효용성 문제와 도덕적 문제까지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코오롱생명과학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는 승소하기 위해 사활을 걸 것으로 예측된다. 해당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거액의 손해배상액을 무는 것은 물론, 1조 247억원 규모의 인보사 기술수출·제품수출 계약에도 심각한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액보다 해외 수출 계약 파기로 인한 손실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손배 소송에 지게 되면 손해배상액을 물게 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기술수출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코오롱생명과학의 해외 기술수출 계약 규모가 1조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향후 법적 분쟁의 키를 쥔 식약처, 노문종 코오롱티슈진 대표 만난다
향후 검찰 수사와 집단소송의 방향을 잡을 키를 쥐고 있는 곳은 식약처로 지목되고 있다.
검찰 수사에 돌입하더라도 코오롱티슈진은 미국에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검찰이 직접 수사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신약 연구개발에 대한 내용 파악에 있어서도 식약처가 보다 전문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식약처가 오는 20일경 실시할 코오롱티슈진의 현지 실사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특히 이날 식약처는 인보사 사태가 불거진 이후 침묵으로 일관했던 노문종 코오롱티슈진 대표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표는 인보사 초기 물질 개발을 주도한 연구진으로서 현재 코오롱티슈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연구원이다.
지난 1995년 코오롱 중앙기술원 생명공학연구실장으로 입사한 노 대표는 인보사 초기물질 개발에 성공한 인물이다. 노 대표는 지난 2002년부터 코오롱티슈진으로 파견돼 4년간 연구개발(R&D) 책임자를 맡았으며, 2005년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14년간 코오롱티슈진의 R&D와 임상을 총괄했다. 지난 2017년부터는 코오롱티슈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지실사를 하는 날 노 대표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식약처는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게 아니라 서류 위주로 조사한다"고 선을 그었다.
노 대표를 상대로 직접 조사하기보다는 철저한 서류 조사를 통해 인보사 성분 변경을 고의적으로 은폐했는지 밝혀내겠다는 얘기다. 노 대표가 회사의 중요 인물이지만 발언의 진실성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서류를 통해 사실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것.
식약처 관계자는 "사람이 하는 말을 다 믿을 수는 없기 때문에 서류를 주로 볼 것"이라며 "현지 실사 결과 후 여러 가지 사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