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안전 전담 컨트롤타워 역할국토부·교통안전공단·철기연·코레일에 흩어진 업무 이관
  • ▲ 탈선한 강릉선 KTX 열차.ⓒ연합뉴스
    ▲ 탈선한 강릉선 KTX 열차.ⓒ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등으로 철도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철도 당국이 메스를 들었다. 철도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여기저기 흩어진 철도안전 관련 업무·기능을 한데 모으고 체계화해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게 처방의 핵심이다.
    철도업계와 관련 기관들은 벌집을 쑤신 듯 발칵 뒤집혔다. 이해관계에 따라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도 감지된다. 철도안전 확보 방안과 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총 3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집자 註>


    철도안전을 확립하기 위해 사고조사부터 관제업무까지 총망라하는 가칭 '철도안전기술원' 설립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철도안전 관련 업무를 한데 모아 체계화함으로써 컨트롤타워(지휘소) 역할을 맡게 한다는 구상이다.

    15일 철도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등으로 추락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자 철도안전관리체계를 획기적으로 손볼 계획이다. 철도안전을 전담하는 전문조직을 통해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지난달 10일 산업계와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철도안전정책 회의를 열고 철도안전기술원 설립에 관해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철도안전기술원은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기연)에 분산된 철도안전 업무를 넘겨받아 총괄하게 된다. 국토부는 더 나아가 논란이 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철도교통 관제업무도 철도안전기술원에 넘겨 명실상부한 철도안전집행 전문기관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사고조사를 담당하는 국토부 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철도조사위원회를 분리해 철도안전기술원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이렇게 되면 철도안전기술원은 사고조사부터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검사·승인, 관제까지 책임지는 철도안전 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하게 된다.
  • ▲ 무궁화호 탈선.ⓒ연합뉴스
    ▲ 무궁화호 탈선.ⓒ연합뉴스
    기관별 주요 이관업무를 살펴보면 교통안전공단은 철도항공안전실이 맡은 자격관리, 철도안전관리체계(SMS) 승인·검사, 사고통계·분석, 안전진단, 시설물 검증과 영업시운전(운전·영업·관제) 등이다. 철도항공안전실은 철도안전처 등 3개 부서가 이들 업무를 나눠보고 있다. 총 정원은 47명이다.

    철도전문가들은 업무량보다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한 철도전문가는 "철도안전 정보나 사고통계분석 업무는 의사로 치면 치료법을 발견할 좋은 학습 사례"라며 "하지만 철도항공안전실은 인력 부족으로 통상적인 업무처리에 급급한 실정이어서 정책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교통안전공단이 자동차(도로), 항공 관련 업무도 처리하다 보니 (그동안은 정부에서) 정원을 늘려줘도 받은 인력을 쪼개 써야 하는 처지였다"고 덧붙였다.

    반면 철도항공안전실이 처리할 철도업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도시철도를 예로 들면 지난 2005년 시·도에 업무를 위임했으나 2014년 안전관리체계를 도입하면서 사실상 국가로부터 철도안전 관리시스템을 인증받도록 했다. 코레일을 비롯해 전국 22개 철도운영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이 대상이다. 문제는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등은 규모가 커 전문성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철도항공안전실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 ▲ 코레일 안전점검.ⓒ연합뉴스
    ▲ 코레일 안전점검.ⓒ연합뉴스
    철기연은 철도차량·용품에 대한 형식승인 업무가 이관 대상이다. 형식승인이란 제작 또는 수입하는 철도차량·용품의 규격·품질·성능 등을 검사하는 것이다. 철기연은 시험인증센터 내 형식승인팀을 두고 있다.

    철기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기술직 인력 30명을 추가로 채용했다고 했다. 하지만 형식인증은 본부 연구·개발(R&D) 인력이 전기·신호 등 제 전문분야나 과제에 따라 4~5년 주기로 인증업무를 겸하는 구조다. 한국교통대학교 서광석 명예교수는 "철기연은 발명 특허를 목표로 국가 R&D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이라며 "(형식승인 업무를) 철기연이 맡은 것은 당시 해당 업무를 딱히 하는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곁다리로 하다 보면 총괄적으로 관리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의 관제업무도 이관 대상에 포함됐다. 철도운영기관이 관제권을 갖는 것은 항공사가 관제탑을 맡은 격이라는 지적이다. 강릉선 KTX 탈선 사고 이후로 제3의 기관이 관제업무를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철도전문가들은 사고조사 업무도 분리해 철도안전기술원에 넘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2005년 철도청이 폐지되면서 건설교통부 소속으로 설치됐고, 이듬해 기존의 항공사고조사위원회와 묶여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로 개편됐다. 사고가 난 다음 누가 잘못했다는 책임소재를 따지지만, 사고징후에 대한 조사·평가나 사고의 배경을 없애기 위한 활동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서 명예교수는 "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독립시켜 철도안전기술원의 특수조직으로 두는 방식을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국토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강릉선 KTX 열차 탈선사고 현황보고를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강릉선 KTX 열차 탈선사고 현황보고를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