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가비상사태 선포… 中 화웨이 정조준글로벌 1위 업자 배제… 5G 영토 전쟁 우위 선점 포석LG유플러 5G 기지국 1만8000개 중 화웨 장비 90% 이상'ICT 무역전쟁' 확산 움직임… 연관 기업들 타격 우려도
  • 미국과 중국간 무역갈등이 관세 전쟁에 이어 정보통신기술(ICT)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차세대 기술인 5세대 이동통신(5G)을 선점하려는 중국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의 총성없는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16일 미국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국가안보 및 국민의 안전에 위험을 제기하는 거래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화웨이는 미중 무역갈등의 볼모로 잡힌 기업으로, 이번 행정명령 역시 화웨이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2007년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을 조사하는 등 12년전부터 화웨이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 8월에는 화웨이·ZTE를 겨냥한 국방수권법을 의회에서 통과시켰으며, 12월에는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 미국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 안보 위협을 근거로 화웨이 통신장비가 중국정부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지만, 중국과 무역협상 카드로 활용해 왔다는 해석이 높다. 특히 글로벌 1위 통신사업자인 화웨이를 배제하면서 미국이 5G 영토 전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델로로그룹이 분석한 2018년 전 세계 5G 설비 투자 비중을 보면 중국 화웨이가 28.6%로 핀란드 노키아(17%)와 스웨덴 에릭슨(13.4%)에 비해 가장 높은 우위를 점하고 있다. 5G 관련 표준필수특허(SEP) 특허 출원건수도 중국이 34%로 가장 높은 반면, 미국은 14%에 그치는 상황이다.

    국내만 놓고봐도 LG유플러스가 서울과 수도권 등에 설치한 5G 기지국 1만 8000개 중에 화웨이 통신장비의 비중은 90% 이상을 웃돌고 있다. 화웨이는 세계 50대 통신사 가운데 45곳에 스마트폰 공급하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은 2017년 28%에서 2018년 31%까지 올랐다.

    관련 업계에서는 미국이 무역전쟁의 보복 수단으로 화웨이를 압박한다는 해석도 내놓지만, 5G 기술 선점에서 중국에 뒤쳐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조치라는 해석이 높다. 미국이 호주, 뉴질랜드 등 주요 동맹국에 화웨이의 5G망 구축을 배제하라는 점도 그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화웨이 배제 시 미국의 소규모 무선 통신사는 5G 기술 업그레이드 등의 제한을 받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화웨이의 미국 사업 대부분은 농촌 현지 소규모 통신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들의 장비 교체로 드는 비용만 1400만~5700만 달러가 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중국이 보복관세로 무역전쟁 2차전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화웨이 금지 조치로 ICT 무역전쟁 3차전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라며 "양국간 무역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으면서 LG유플러스 등 화웨이와 연관된 국내 기업들까지 타격을 입을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