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아파트 후분양를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서울을 제외한 곳에선 미분양이 속출하며 수요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주택 시장 열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청약접수를 받은 충남 천안시 청당동에 공급한 '천안 청당 코오롱하늘채'의 경우, 일반공급 97가구 모집에 단 18가구가 신청해 78가구가 미달했다. 이 아파트는 지역주택조합아파트이자 후분양 아파트로, 올해 9월 입주가 예정돼 있다.
지난달 경남 남해에 공급한 '남해 더 나음’은 1순위서 44가구를 공급했는데 18명만 청약 신청해 미달됐다. 이 아파트는 이달 입주가 진행된다.
수도권에서도 후분양 아파트의 청약 성적은 좋지 못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 공급한 테라스하우스인 'e편한세상용인파크카운티' 역시 내달 입주가 예정된 후분양 아파트인데, 74가구 공급에 69명만 청약해 5가구가 미달했다.
반면 서울 등 인기 지역에서는 나름 좋은 성적을 받아들었다. 지난 3월 후분양으로 공급된 서울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파크자이' 43가구는 36.7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다만 이 아파트의 경우 후분양으로 공급된 물량은 조합 보류지와 현금청산자 물량이어서 온전히 후분양 아파트는 아니다.
최근 청약 열기 뜨거운 위례신도시 '포레스트 사랑으로 부영'은 전용 85㎡ 초과 551가구를 모집하는데 1319건이 몰려 2.39대 1의 경쟁률을 보여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다.
후분양 단지의 청약 결과가 좋지 못한 건 집값 전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물량 과잉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은 수도권 일부 지역과 지방에서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 셈이다.
결국 정부가 앞으로 활성화하겠다고 후분양제는 요즘 같은 주택경기에선 오히려 미분양만 양산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주거종합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공공주택 물량의 70%를 후분양하고 민간에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만 택지 10곳을 후분양 조건으로 우선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경기 안성 아양과 파주 운정3을 시작으로 양주 회천, 화성 태안3, 화성 동탄2, 인천 검단, 평택 고덕 등 모두 수도권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당분간 입주물량이 많아 집값이 오를만한 가능성이 크지 않은 곳이다. 건설사 역시 굳이 후분양 조건으로 이 지역 택지를 낙찰받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후분양 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최근 분위기에선 후분양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며 "소비자 선택의 폭이 커지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지만 청약 양극화로 인해 미분양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