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OECD-KDI, 전망치 '2.6→2.4%'원인은 '건설투자 위축'… 외환위기 후 첫 3분기 연속↓"경기 둔화 극복 위해 SOC 조기착공 등 건설투자 늘려야"
  • ▲ 자료사진. 서울 중구의 한 도시환경정비사업지.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서울 중구의 한 도시환경정비사업지. ⓒ성재용 기자

    국책 연구기관은 물론, 국내외 경제연구소 및 투자은행(IB) 등이 일제히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거시경제 불안에 따른 수출 부진과 내수 투자 위축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경제성장률 기여도가 높은 건설투자 급감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민간주택 침체에 따른 건설경기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SOC예산 등 투자를 활성화해 경착륙을 피하는 것은 물론, 경제성장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연구원은 전날 '2019년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한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2.4%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 2.6%보다 0.2%p 낮춘 것이며 지난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것과 동일한 수치다. 정부 목표인 2.6~2.7% 달성은 어렵다는 뜻이고, 한국은행이 추산한 잠재성장률 2.8~2.9%에도 훨씬 못 미친다. 2.4% 성장은 2012년 2.3% 이래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이번 전망치 하향 조정은 세계 경기 조정에 따른 수출·내수 투자 부진, 1분기 경제지표 약화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금융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이에 앞서 KDI는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은 주된 이유로 건설업과 반도체의 동반 부진을 꼽았다.

    지난 2~3년 건설투자가 전체 경제성장률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 본격화와 SOC투자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성장률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KDI 측 분석이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과 반도체를 제외하면 경제성장률은 2.4%에서 2.5%대에 계속 머물렀을 것"이라며 "건설 및 반도체 호황을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세가 2018년 하반기부터 약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3.1%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던 2017년 건설투자 성장률은 7.6%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7%로 낮아질 당시 건설투자 성장률은 마이너스(-)4.0%까지 추락했다. 부동산 규제 강화에 이은 SOC물량 감소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4.0%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13.3%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다.

    건설투자의 역성장은 올 1분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의 분석 결과 국내 건설투자는 지난해 3분기 이후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5%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에 전분기대비 1.5% 감소하면서 14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으며 3분기에는 8.9% 하락, 19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 바 있다. 이어 4분기에는 5.9%, 올해 1분기에는 7.4% 각각 감소했다. 건설투자가 세 분기 연속 5% 이상 감소한 것은 외환 위기였던 1998년 2~4분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홍일 건산연 연구위원은 "2018년 3분기 이후 건설투자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외환위기 직후 수준으로 급락했다"며 "건설경기 급락이 국내 경제성장 둔화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건설 산업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역할은 작지 않다. 고용유발계수는 10.2로, 전 산업 평균 8.7을 웃돈다. 또 생산유발계수는 2.2225로, 서비스업 1.680보다 25% 가까이 높다.

  • ▲ 자료사진. 서울 성북구 생활형 SOC사업 시공 현장.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서울 성북구 생활형 SOC사업 시공 현장. ⓒ성재용 기자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올해도 건설투자 성장률은 -4.3%를 기록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2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본 셈이다.

    금융연구원도 건설투자가 올해 3.9% 감소할 것으로 전망, 부진을 지속할 것으로 봤다. 주택 건물 착공이 감소세이고 주택경기도 둔화해 2020년으로 예정된 대규모 SOC투자 집행 전까지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나아가 KDI는 건설투자 성장률의 반등이 향후 2~3년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KDI는 2020년에도 건설투자가 -3.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3년 연속 마이너스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김현욱 실장은 "주택경기가 크게 개선되는 정황을 당분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착공물량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적어도 1~2년, 길면 3년까지 건설투자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 않을까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건설투자 감소세가 최근 경제성장 둔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홍일 연구위원은 "올해 건설투자는 지난해보다 최소 3%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을 최소 0.5%p 이상 감소시킬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SOC 조기착공 등을 통해 성장 견인력과 고용창출력이 높은 건설투자 위축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딘 SOC 예산집행에 속도를 붙여 건설투자의 경착륙을 막는 것은 물론, 과거처럼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건설경기 하강으로 관련 산업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 전체의 성장과 고용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파급 영향이 우려된다"며 "건설 투자와 경기 급랭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SOC 조기착공과 공공주택 발주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설비 및 건설투자를 늘려 일자리 창출과 소득분배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2019년 추경 효과를 극대화하고 내년 예산을 확장적 기조로 편성해 생활·지역 균형 SOC 등 민간투자 촉진 및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업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제금융센터의 9개 IB 전망치 집계를 보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평균 2.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불과 한 달 사이에 0.2%p나 떨어진 것이다. △노무라 1.8% △바클레이스 2.2% △골드만삭스 2.3% 등이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 2.4% △무디스 2.1%를 비롯해 △한은 2.5% △국회예산정책처 2.5% △LG경제연구원 2.3% 등도 최근 1~2개월 새 눈높이를 낮췄다.

    특히 ING그룹의 경우 '나쁜 상태가 더욱 나빠졌다(From bad to worse)'는 논평에서 기존 2.3%에서 0.8%p 낮아진 1.5%를 올해 전망치로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