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탄원서 등 수차례 화해 제스처 진정성 의심롯데 측 "복귀 위해 꼼수… 긴장 끈 놓지 않아"'신동빈 회장 이사 해임 안건' 제출 여부 묵묵부답
-
'화해'를 앞세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진정성이 시험대 오른다. 이달 일본에서 열리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6번째 경영권 표 대결에 벌일지 여부가 그 가늠자이다.신 전부회장 측은 그간 신동빈 롯데 회장을 상대로 5차례나 표대결 벌여 모두 패배한 바 있다.3일 롯데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달 말 도쿄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해당 주총에서는 그간 롯데 경영권 분쟁의 향배가 결정돼왔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으로 건너가 주총을 주관할 예정이다.신 전 부회장은 해마다 정기주총에 본인을 이사로 선임하고, 신동빈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안건을 제출해왔다.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키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는 등 위법 행위로 롯데에 큰 혼란을 초래해 기업의 신뢰도를 훼손시켰다는 명분이다.신동주 측은 ▲2015년 8월 ▲2016년 3월 ▲2016년 6월 ▲2017년 6월 ▲2018년 6월 등 총 다섯차례에 걸쳐 같은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했다. 단, 신동주 전 부회장은 매번 고배를 마셔야했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과 주주들의 지지에 표대결에 매번 승리해서다.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지난해 6월 정기주총이 끝난 직후 “롯데의 사회적 신용과 기업가치,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도 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섯번의 표대결 패배에도 경영복귀 의지를 꺾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
-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입지는 예전 보다 더욱 좁아졌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경영일선에 돌아왔고,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도 복귀해 한일 롯데의 ‘원톱’으로 자리매김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개입 여지가 완전히 막힌 모습이다.이러한 형세 탓인지 신 전 부회장은 갑자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편지와 탄원서 등을 통해 화해의 뜻을 내비쳤다. 가족의 ‘정’에 호소하는 모양새다.하지만 주위의 평가는 미온적이다. 완전한 의미의 화해가 아닌 속내를 의심하게 하는 ‘보여주기식 제스처’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그가 신동빈 회장에게 보낸 편지들의 골자는 수년간 지속된 경영권 분쟁을 멈추고 화해를 통해 한국·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분리해 각자 맡자는 것.롯데 측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행동에 ‘동기’ 자체가 불순하다며 진정성을 의심했다. 또 형제간 대화로 한일 롯데의 경영권을 나누자는 것은 기업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상법 절차로 움직이는 조직인 기업을 개인의 의지로 좌지우지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서다.롯데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복귀를 원한다면 주총장에서 입장을 밝히고 주주의 동의를 얻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복귀하기 위한 마땅한 포석이 없어 화해 제스처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롯데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가진 카드가 ‘광윤사 최대주주’라는 지위 밖에 없다고 본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는 ▲광윤사 28.1% ▲종업원지주회 27.8% ▲관계사 20.1% ▲투자회사 LSI 10.7% 등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광윤사의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다.반면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은 4%대다. 지분율로 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우세지만, 신동빈 회장은 종업원지주회와 계열사 등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표대결에서도 패배하지 않았다.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올해 주총에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 안건을 제출할지 등에 관해 말을 아끼고 있어, 경영권 복귀 의지를 아직 꺾지 않았음을 암시했다.한편, 신동빈 회장은 이번주 유통 계열사 CEO들과 일본으로 출장을 떠난다. 그는 현지 유통 관련시설을 시찰하는 동시에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들과 종업원지주회 등을 만나 변함없는 지지를 당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