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어 지난달 북한까지 유입 치사율 100%, 유입되면 살처분 이외 방법 없어"국내 유입시 장기적 가격 인상 불가피"
  • ▲ 돼지농가ⓒ연합
    ▲ 돼지농가ⓒ연합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 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이 북한에서 발생하면서 양돈업계는 물론 유통업계가 바짝 간장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데다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탓에 살(殺)처분 외에는 확산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중국과 인접한 북한 자강도 우시군 소재 북상협동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세계동물보건기구에 해당 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가운데 77마리가 폐사해 정밀 검사한 결과 돼지열병으로 확진됐다고 보고했다. 또 나머지 22마리를 살처분한 뒤 농장을 봉쇄해 이동을 제한, 소독 등 방역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접경지역 10개 시군에 대한 긴급 방역조치 실시했다. 앞으로 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접경 지역 인근까지 퍼질 경우 해당 지역 농가의 출하 도축장 지정, 돼지 이동 제한 등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 유입되면 양돈업계는 물론 자영업과 소비자들의 식탁물가에 미치는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육가공 제품을 제조하는 식품업체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햄이나 소시지, 냉동식품 등 원재료에 국내산과 수입산 돈육을 섞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대표 제품인 CJ제일제당의 스팸의 경우 유럽·캐나다 등 수입산과 국내산을 섞어 만들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큰 영향은 없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국내에 유입이 될 경우 공급 차질, 원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역대 최악의 가축 질병으로 불리는 지난 2010~2011년 구제역 사태 당시 전국에서 소와 돼지 348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돼지고기 가격은 40% 이상 폭등했다. 국산 돼지고기 값이 오르면서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한 육가공업체들은 2011년 들어 햄과 만두, 냉동식품의 가격을 일제히 올리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다고 해서 당장에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는 건 아냐"라면서 "계속해서 돼지고기 가격 추이를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돼지고기 ㎏당 도매가격은 소비 감소, 생산량 증가로 전년보다 5192원보다 하락한 4400∼4600원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아프리카돼지열병가 국내에 유입시 대규모 살처분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양돈업계는 정부에 더 철저한 방역 작업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책이라 판단하며 이를 위해서는 돼지에게 음식물류 폐기물 급여를 전면 금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미 스페인·러시아 등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돼지에게 음식물류 폐기물을 먹이는 행위를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판단하여 전면 금지하고 있다.

    하태식 대한한돈협회 회장은 "전국 한돈농가들은 2010년 구제역 발생으로 330만 마리의 자식같은 돼지들을 땅에 묻은 경험이 재현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입되면 식량안보산업인 국내 축산업의 기반이 붕괴되고 수입육이 폭증하는 등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간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이 조속히 본회의를 통과해 가축전염병 예방을 확실히 대처할 수 있는 강도 높은 조치가 시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