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韓 게임 '외면' 여전… 정부 '외교적 성과' 관건WHO '게임중독' 질병 분류… 업계 "엎친데 덮친격"주요 게임사 적극적 대응 주문… "목소리 좀 더 높여야"
  • "57%." 지난해 한국의 전체 콘텐츠 수출에서 게임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케이팝(K-POP)으로 대표되는 음악 산업에 비해 8배 이상 큰 수치다. 이처럼 한류의 원동력이자 수출 효자종목으로 꼽히는 게임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셧다운제와 온라인 PC게임 월결제한도 등 국내 규제는 여전하며 중국 게임 시장의 빗장은 풀릴 기미가 안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라는 초유의 사태도 맞이한 상황이다. '3중고에' 직면한 한국 플레이어들이 벼랑끝에 내몰린 사이에 중국을 필두로 한 외산 게임들은 국내 안방 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다. 이에 본지는 게임 시장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대응 전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 3일 열린 '2019 굿인터넷클럽 4차 행사'에서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 분류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한국인터넷기업협회
    ▲ 3일 열린 '2019 굿인터넷클럽 4차 행사'에서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 분류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한국인터넷기업협회
    中 판호, 시장 낙관은 '아직'… 정부 '외교적 성과' 관건

    "2년 넘게 한국산 게임의 판호 발급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언론과 증권사만이 중국 진출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지 시장에 대한 준비보다 신시장 개척과 신사업 확대에 무게를 둔 지 오래다"

    그간 게임업계에선 가장 대표적인 대외적 악재로 중국 정부의 '판호(서비스 허가권)' 발급 중단을 지목해 왔다. 지난 2017년 3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갈등에 따라 한국산 게임을 상대로 한 중국의 판호 발급 중단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국내 게임에 발급된 판호는 0건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뉴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38조8700억원으로 전세계 게임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일부 정치적 이슈와 중국 정부의 게임산업 규제 완화 등이 장및빛 전망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국내 게임업계와 관련해선 아무런 변화의 움직임이 없어 회의적 심리만 자극하는 실정이다.

    지난 3월에는 약 1년 2개월 만에 30종의 해외 게임이 외자판호 승인 목록에 이름을 올리면서 증권가를 중심으로 현지 수출길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여전히 국내 게임에 대한 빗장은 풀리지 않은 상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의 판호 발급 문제는 철저하게 외교적인 이슈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외교적 성과가 이뤄지지 않는 한 긍정적으로 전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외자판호 발급에 있어서도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현실로… 업계 '역할론' 부상

    전세계 최대 시장으로의 수출길이 막힌데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까지 현실로 다가오면서 게임업계 내에서도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게임 관련 협회·학회·기관 등은 앞다퉈 WHO의 결정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는 동시에 대내외적 게임 질병코드화 반대 운동 계획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한국게임학회를 비롯해 90개 협단체로 구성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이하 공대위)'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범국민 게임 촛불 운동까지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역시 국무조정실 주도의 민관협의체 구성 계획을 밝힌 상태다. WHO의 결정 이후 부처 간 팽팽한 입장차가 드러나자 객관적 협의체 구성을 통해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역할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대형 3사를 비롯해 주요 중견 게임사들은 한국게임산업협회 등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는 상황이다. 일부 게임사는 자사 SNS를 통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을 드러내고 있지만, 현재까지 관련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3일 열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관련 토론회에서 "게임업계 대표들이 '은둔형 경영자'라는 이야기를 들어 왔지만 이제는 형님들이 나설 때가 됐다"며 "실제 현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판호 발급 지연으로 게임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이번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 분류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대외적 악재로 게임산업이 몸살을 앓고 있는 만큼 정부와 업계가 온 역량을 결집해야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