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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과 리디노미네이션(화폐개혁) 논란 등 국내외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값이 최근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이날 금 1g은 5만518원(1돈당 18만9천444원)을 기록했다. 이는 연초(4만6천240원)보다 9.06% 오른 수준이다. 이는 2016년 7월 8일(5만500원) 이후 약 3년 만의 최고가다.
당시 국제 금융시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의 직격탄을 맞았던 시기다.
지금 한국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국내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등 경제정책 실패가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운데다 관료들의 오락가락하는 발언이 불안 심리에 기름을 부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3월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한 리디노미네이션 관련 질문에 대해 “논의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은 한다”고 언급하면서 안전자산을 찾는 심리가 확산됐다.
이후에 이 총재는 “원론적 차원의 답변이며 추진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부는 화폐단위 변경의 의사가 없음을 재차 밝혔지만 화폐개혁이 부지불식간에 진행될 것이라는 의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정부도 한은도 화폐개혁은 없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골드바를 사들이고 달러를 매입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깊은 불신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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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으로는 5월 들어 미중무역 전쟁이 본격화 되면서 글로벌 경기둔화 시그널이 뚜렷해진 것도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후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고 이 시기를 전후해 투자자들은 대거 금 매수에 나섰다.
지난 5월 KRX금시장의 월간 금 거래량은 557㎏으로 작년 8월(776㎏) 이래 최대를 기록한것이 이를 대변해준다.
향후 시장 상황도 금 선호를 당분간 이어가게 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경기둔화에 대한 경계감과 함께 금 가격에 매우 우호적인 환경이다.
이에따라 금 값의 고공행진은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내년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주요 금광기업들의 평균적인 손익분기점(BEP)가 대략 $1,200 초반대에 형성될 것으로 추정하면 현재 금값은 내려갈 여지는 크지 않은 반면 올라갈 여지는 넓다는 것이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연준(Fed)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경기둔화에 대한 경계감과 함께 금 가격에 매우 우호적인 환경"이라며 "2018년 초 이후 2년에 걸쳐 강세를 보였던 달러가 진정된다는 전제 하에 금 가격은 내년 초까지 10%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