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위기" vs "최소 1만원"… 사용자·근로자위원 팽팽올해도 공익위원이 좌지우지할 듯… "이미 3~4% 결정된 거 아니냐" 자포성 발언도
  • ▲ 최저임금 공청회.ⓒ연합뉴스
    ▲ 최저임금 공청회.ⓒ연합뉴스
    내년 최저임금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는 뜻)라는 견해가 제기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공청회를 열었지만, 노사 간 견해차만 확인했다. 사용자·근로자위원 견해도 대동소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결국 올해도 캐스팅보트(결정표)를 쥔 공익위원 선택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점쳐진다. 공익위원이 청와대발로 보도됐던 3~4% 수준의 인상을 이정표로 삼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적잖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오는 19일 제3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공청회를 통해 현장 의견을 수렴한 후 열리는 회의여서 주목된다.
    지난 14일 끝난 공청회에선 노사 간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첨예한 견해차만 확인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용자 측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원 감축과 근로시간 단축이 불가피하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종업원 없이 가족회사 형태로 운영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열린 광주지역 공청회에서 마옥천 베비에르 과자점 대표는 "최저임금이 올라 많은 업체가 실습생을 받지 않아 학생들이 배울 기회 자체가 줄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영업시간을 4시간 단축하고 아르바이트생도 많이 줄여 대응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이 또 급격히 오르면 시장 충격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송영수 ㈜티디글로벌 대표는 "업무능력이나 책임감 등이 떨어지는 외국인이 내국인과 같은 임금을 받는다"면서 "인상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업종별 또는 외국인에 대해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훈 광주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최근 200인 규모 자동차 시트 제조업체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난을 겪다 매각됐다"면서 "지역 내 많은 중소·중견업체가 폐업 도산을 걱정한다"고 밝혔다.

    14일 대구지역 공청회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왔다. 박석규 옥외광고협회 대구지회 부회장은 "비용 대부분이 재료비와 인건비로, 인건비가 계속 올라 인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업계 상황은 대부분 인력을 줄이고 가족기업 형태로 운영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노동자 측은 최저임금이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려면 생활임금 수준으로 더 올라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산입범위 확대로 기업의 인건비 총액 규모는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자신을 금속노조 소속이라고 밝힌 방청객 김현석씨는 광주 공청회에서 "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 대부분 기업은 산입범위 확대 등으로 인건비 총액이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며 "최저임금은 사회안전망으로, 낮게 책정되면 오히려 사회보장 비용이 급격히 오를 것"이라고 했다.

    박선의 전국요양서비스노조 광주지부 사무국장은 "현재 최저임금은 사실상 생계가 안 되는 수준"이라며 "최저임금은 최저 희망선인 만큼 생활임금과 같은 수준으로 인상돼야 한다. 출발점이 1만원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이건희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대구지역 공청회에서 "최저임금은 청년에게는 최고임금에 해당한다"며 "현 수준은 생계비에 많이 부족한 수준으로 저축·미래 설계가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김영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은 "현 최저임금은 통계청 발표 1인 생계비에 한참 부족해 추가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 2019년도 적용 최저임금 결정.ⓒ연합뉴스
    ▲ 2019년도 적용 최저임금 결정.ⓒ연합뉴스
    노동분야 일부 전문가는 최저임금위에서도 사용자·근로자위원 의견이 크게 엇갈릴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구체적인 발언은 회의를 열어봐야겠지만,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사용자 측에서 내년에도 최저임금을 많이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리 만무하다"면서 "반대로 근로자 측에서도 지난 2년간 30%쯤 올랐으니 내년에는 많이 양보하겠다고 할 리 없다"고 했다. 내년 최저임금도 결국 공익위원 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선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이미 결정된 거 아니냐는 자포자기성 발언도 들린다. 한 외식업 관련 단체 관계자는 "내년에 3~4% 오르는 것 아니겠느냐"며 "(최저임금이) 많이 오른 상태에서 3%만 올라도 시장에서 느끼는 충격은 상당할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5월 일부 언론은 '청와대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을 3~4% 수준으로 가닥 잡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 폭과 관련해 어떤 논의도, 결정도 한 바 없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언론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복했다. 청와대가 또다시 최저임금위 독립성을 훼손하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적극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청와대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이미 시장에 동결은 안 된다는 신호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시각이 적잖다. 물갈이된 공익위원들이 이전보다 친노동계 성향은 옅어졌다고 해도 정부 정책 방향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과연 동결을 주장할, 용기 있는 공익위원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학계 관계자는 "새로 위촉된 공익위원이 이전만큼은 아니어도 (정부와) 함께 일하기 수월한 사람들로 짜졌다는 의견이 없잖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