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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빙그레 본사를 찾았다. 간만에 내린 비로 정동길에는 어딘지 그리운 비내음이 났다. 익숙한 빙그레 로고가 눈에 들어오자 머릿속에선 순식간에 추억여행이 펼쳐지고 있었다. '투게더', '메로나', '바나나우유'. 정겨운 단어들이 연달아 떠오른다.
반세기 넘게 집 앞 수퍼 매대를 지키며 국민들의 간식을 책임졌던 빙그레가 새로운 길로 첫 발을 뗐다. 빙그레는 이달 초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TFT'를 론칭, 첫 하위 브랜드로 '비바시티'를 내놨다. 뉴데일리경제는 TFT의 론칭을 이끌어온 주역, 서영민 빙그레 BM(브랜드 매니저)를 만나봤다.
서 매니저는 "TFT는 제 인생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1년 반의 준비 기간동안 TFT 브랜드와 비바시티 론칭을 이끌어왔다. 빙그레에 2012년 입사해, 영업과 스낵 사업, 수입 스낵 등 여러 업무를 두루 거친 '부산 남자'다. 사투리가 묻어나는 꾸밈 없는 말투로 거침없이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서 매니저는 "셀프메디케이션(적극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고 책임지는 것) 시대에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빙그레가 늘 해왔던 식품에 대한 노하우를 접목할 수 있는 건강기능 식품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며 "건강지향 통합 브랜드인 TFT를 중심으로 다양한 하위 브랜드 다각화를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빙그레가 내놓은 'TFT'는 맛(taste), 기능(function), 신뢰(trust)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브랜드다. ‘맛있으면서도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목표로 삼고있다.
그는 "빙그레가 쌓아온 맛에 대한 노하우, 소비자 신뢰, 건강한 좋은 성분이 더해질 수만 있다면 빙그레의 철학을 담은 건기식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그 세글자가 더해진 게 TFT 브랜드 이름이다"라고 설명했다.
그 첫 일환으로 나온 브랜드가 바로 '비바시티(VIVACITY)다. 비바시티는 28-35세 여성을 주 타깃으로 하는 여성 건강 전문 브랜드다.
서 매니저는 "비바시티는 사회초년생을 벗어나 자신의 일에 책임을 가지고 더 열심히 살아가는 도시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과 함께 하기 위한 브랜드"라며 "시장 조사 결과, 여성들이 뷰티, 이너뷰티 등에 관심이 많고 구매 경제력이 있으면서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타깃층인 28-35세가 선정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비바시티의 첫 제품이 젤리 제형을 택한 것도 빙그레의 노하우, 타깃층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큰 알약을 잘 먹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는 "빙그레의 기존 업역과 동 떨어지는 것보다는 빙그레라는 회사가 맛있고 가볍게 취식할 수 있는 제품을 많이 만드는 만큼 그런 제품을 모티브로 했다"며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맛있게 취식할 수 있는 젤리 제형에 기능성을 담아 기분 좋게 먹으면서 건강을 챙기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비바시티 스틱젤리 3종은 각각 피부보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히알루론산, 체내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비타민 B군(B1, 나이아신, B6), 배변활동 원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과 같은 기능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구미젤리 3종은 각각 면역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연, 유해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데 필요한 비타민C, 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마리골드꽃추출물(루테인) 성분이 들어있다. 스틱젤리와 구미젤리 제품 모두 하루 2개씩 섭취하면 기능성 성분들의 1일 권장 섭취량을 충족할 수 있다.
빙그레가 새 건기식 브랜드 론칭 준비에 착수한 것은 1년 반 전이다. 서 매니저는 이 때부터 새 브랜드 론칭을 위한 준비를 이끌었다. 스낵류 등에서는 다양한 제품 출시에 기여했던 서 매니저이지만 신규 브랜드 론칭은 처음이다. 유관부서와 정기적으로 만나 의논하고, TFT를 전담하는 건기식 관련 전공 연구원과 협업해 왔다. 서 매니저는 TFT가 서 매니저 개인적으로도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인생의 선물' 같다고도 했다.
그는 "기존에 빙그레가 진행한 적 없던 사업인만큼 법률 부분 등 준비에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며 "비바시티 론칭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분들의 도움을 받았고, 혼자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결국 제품이 나왔고 많이 성장한 기회였던거 같다. 비바시티가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대표 여성 건강 전문 브랜드로 인식될 수만 있다면 그간의 고생은 다 보상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처음 시도하는 사업이다보니 '전문성'과 '안전성'에 대한 고민도 수반됐다. 새 제품에 '빙그레'를 내세우기 보다는 'TFT'라는 브랜드 명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서 매니저는 "비바시티 제품 제조 업체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MP 인증을 받은 업체로, 빙그레 식품안전팀에서도 안전성 검토가 이뤄진다"며 "(빙그레 로고를 내세우지 않은 것은) 빙그레가 진지하게 건기식 사업에 임한다는 의미로, TFT 브랜드를 더 전면에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
비바시티의 주요 타깃층이 여성인 만큼, 남성인 서 매니저에게는 '여심(女心)'를 파악하는 것도 과제다. 그는 "제 생각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 않고, 타깃 연령층의 생각을 많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팀 타깃 연령대 여직원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눠가면서 제품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서 매니저의 공식 소속은 '마케팅팀'이다. 마케팅 역시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향후 더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가겠다는 포부다. 그는 "비바시티의 차별점은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건기식 제품들에 비해 맛은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조금 더 간편하고 기분좋게 먹으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에서는 제품에 대한 차별화가 됐다고 생각한다. 가수 강민경씨를 모델로 기용하고 다양한 온라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TV광고 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비바시티의 후속 제품은 올해 말, 내년 초 쯤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 매니저는 "젤리가 아닌 다른 제형, 아예 식품이 아닌 제품 라인업 확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아직 아이디어 단계지만 제품 라인업은 계속해서 확장해 나갈 것이고, 시니어, 키즈 등 타깃 층 역시 확대하고자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TFT를 온전한 건기식 브랜드로 키우고, 핵심 가치들이 소비자들에게 녹아들 수 있도록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이라며 "노력하다보면 소비자들이 TFT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