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고양시의회 시정질문 파행..욕설에 폭행까지세계문화유산 '서오릉' 훼손된다며 집단민원 제기정부 "서오릉과 떨어져 있어 문제 없다"
  • ▲ 일산신도시 주민들이 유네스코에 제기한 3기 신도시 개발 이미지.ⓒ일산신도시연합회
    ▲ 일산신도시 주민들이 유네스코에 제기한 3기 신도시 개발 이미지.ⓒ일산신도시연합회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를 둘러싸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극에 달하고 있다. 시의회 본회의가 주민들의 집단 반발로 파행되는가 한편 유네스코에까지 집단 민원을 제기하며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19일 고양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10시에 정례회를 열어 시정질문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회에 앞서 3기 신도시를 반대하는 주민 20여명이 '3기신도시 원천무효', '고양시장 소환' 등이 적힌 푯말을 들고 입구에서 농성을 벌였다.

    주민들의 농성이 거세지면서 본회의장 입구는 아수라장이 됐으며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도 '3기신도시 철회하라'는 푯말을 본회의장에 게시하는 등 반대 주민들과 의견을 함께했다. 이에 반발한 민주당 시의원들이 본회의에 불참하면서 시정질문은 끝내 무산됐다.

    이날 3기 신도시의 문제점과 대책을 촉구하는 내용의 시정질문이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A시의원이 주민에게 "일산이 싫으면 이사를 가라, XX하고 있네"라는 등 욕설을 한 장면이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A시의원은 항의하는 주민을 밀면서 폭행 혐의로 피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한편 일산신도시 주민들은 최근 유네스코에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서오릉이 3기 신도시 개발로 훼손될 수 있다며 집단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고양창릉 지구의 경우 813만㎡ 부지에 3만8000가구가 들어서게 되는데 부지에는 서오릉(창릉, 홍릉, 경릉, 익릉, 명릉 등) 주변의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이 일부 포함돼 있다. 서오릉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이에 일산 주민들은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문화재와 주변 경관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일산신도시 연합회 측은 "세계문화유산 옆에는 그린벨트로 지정됐다"며 "수십년간 보존돼온 자연경관이지만 정부는 이것을 해제하고 도시개발을 진행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일산신도시 연합이 유네스코에 접수한 민원의 주요 내용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주변에 설정된 그린벨트 해제 후 개발 시 문화재의 가치가 훼손될 우려 ▲한국정부에 개발사업 중단권고 요청 ▲문화재 훼손 가능성을 연구 및 검토 해달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고양창릉 지구 안에 문화재보호구역이 들어가지 않아 경관 훼손 논란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오릉 중심으로부터 1km 정도 떨어져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라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오히려 현재 서오릉 주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비닐하우스가 무분별하게 세워져 경관을 해치고 있기 때문에 3기 신도시 건설로 이를 정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해명에도 3기 신도시 지정을 두고 주민반발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산·검단·운정신도시 등 '3기 신도시 전면 백지화 연합대책위원회'는 오는 21일 국회 국토위원회 박순자 위원장을 방문해 3기 신도시 반대 탄원서를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