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발행 10주년' 조폐공사 화폐본부 방문기8단계 제조공정 거쳐 지폐 완성까지 40일 소요돼동전 생산 30분이면 끝…일괄라인 시스템 자동화
  • ▲ 경산 조폐공사 화폐본부 5만원권 제조공정 현장. ⓒ한국조폐공사
    ▲ 경산 조폐공사 화폐본부 5만원권 제조공정 현장. ⓒ한국조폐공사
    5만원권이 세상에 나온 지 벌써 10년. 생소했던 신사임당 모습의 황색 지폐가 어느새 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돈이 됐다.

    이 돈을 만드는 곳이 바로 경상북도 경산시에 있는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돈은 전부 이곳에서만 만들어진다.

    화폐본부는 축구장 64개를 합쳐놓은 크기인 46만여㎡(약 14만평) 부지 위에 제조공장, 관리시설, 사무시설 등을 갖췄다. CCTV 426대가 곳곳에서 감시하고 있고, 41명의 방호인력이 주·야간으로 상주한다. 

    지난 18일 5만원권 발행 10주년을 기념해 방문한 화폐본부는 엄격한 보안검색을 거쳐야 했다. 화폐본부는 청와대와 같은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가'급의 국가 중요 보안시설이다. 

    건물 입장 전 휴대전화 카메라에 보안 스티커를 붙이고 개인정보제공동의서와 서약서(보안 사항 준수 관련)에 서명을 했다. 이후 보안검색대, 지문인식기를 거쳐 건물 내부로 입장했다. 가방도 소지할 수 없다.

    1천원권, 5천원권, 1만원권, 5만원권을 만드는 지폐 공정시설에 들어서면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는 기계의 굉음과 이른바 '돈 냄새'라고 하는 종이·잉크 냄새가 가장 먼저 반긴다. 

    지폐 제조공정은 2개 라인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하루 평균 인쇄량은 90만장 정도다. 한국은행의 연간 화폐 발행량에 따라 매일 일정 수준의 돈을 만들고 있다.

    공정시설 내부는 시원했다. 인쇄 불량을 막고 지폐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건물 내 온도를 영상 23도(습도 55%) 수준으로 4계절 내내 유지하고 있어서다. 
  • ▲ 왼쪽 위 사진부터 5만원권 제조공정 8단계 중 평판인쇄, 홀로그램 부착, 요판인쇄, 단재 및 포장 과정. ⓒ한국조폐공사
    ▲ 왼쪽 위 사진부터 5만원권 제조공정 8단계 중 평판인쇄, 홀로그램 부착, 요판인쇄, 단재 및 포장 과정. ⓒ한국조폐공사
    지폐가 완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일. 이때 ▲평판인쇄 ▲스크린인쇄 ▲홀로그램 부착 ▲요판인쇄(뒷면) ▲요판인쇄(앞면) ▲전지검사 ▲활판인쇄 ▲단재 및 포장의 8단계 공정을 거친다. 단계마다 인쇄된 부분을 말리는 데에는 5일이 소요된다.

    지폐 재료 용지를 제조하는 조폐공사 부여 제지본부에서 목화솜으로 만들어진 흰 종이가 오면 공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종이는 가로 671mm, 세로 519mm 크기의 전지로 5만원권 28장을 인쇄할 수 있다. 

    5만원권 생산의 첫 단계는 흰 종이에 배경그림을 앞뒷면 동시에 넣는 '평판인쇄'다. 잉크가 마르면 뒷면 액면금액(숫자)을 찍는 '스크린인쇄' 단계로 이어진다. 이때 특수 색변환잉크를 사용해서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게 만든다. 

    이후 150℃의 높은 열과 압력을 이용해 앞면에 '홀로그램'을 부착한다. 5천원권과 1만원권은 패치형, 오만원권은 띠형이고 1천원권은 홀로그램이 없다. 5만원권 홀로그램을 자세히 보면 우리나라 지도, 태극마크, 4괘 무늬, 액면 숫자가 숨어있다.

    인쇄 작업의 마무리는 '요판인쇄'다. 오목한 인쇄판에 잉크를 넣고 찍어 볼록한 감촉을 내게 하는 기술로 뒷면에 사물, 풍경을 넣은 후 앞면에 인물초상, 액면금액 등 나머지 그림을 채운다. 이는 지폐 공정 기술 중 가장 핵심적인 인쇄기술로 꼽힌다. 

    이후 인쇄가 잘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지검사'를 받는다. 잉크가 튀거나 색이 번지는 등 불량인쇄 여부를 판별해 불량이 나오면 폐기하거나 수정작업을 거친다. 검사를 마친 지폐는 '활판인쇄' 단계에서 11자리가 찍히는 고유번호를 받는다. 

    이 과정을 모두 완료하면 옆 공간으로 이동해 낱장인쇄를 진행한다. 이 공간은 일반인 견학에도 공개하지 않는 구역이다. 낱장 공정시설에는 5만원권 100장 묶음을 총 1만장으로 포장한다. 금액으로는 5억원, 무게는 10kg가량이다. 

    화폐본부 관계자는 "5만원권 제조는 다른 지폐보다 단계도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불량률은 3% 수준"이라며 "기계 공정과 함께 직원들이 컴퓨터 화면으로 지폐를 확대해 인쇄과정에서의 오류가 없는지 매일 꼼꼼히 점검한다"고 전했다. 

    5만원권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 위조지폐 발생 사례는 100만장 기준으로 0.12장이다. 영국 129.1장, 유로존 34.0장, 호주 19.7장, 캐나다 11.0장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월등히 적다.

    특히나 5만원권은 위조방지장치가 22개에 달한다. 기존에 적용되지 않던 입체형 부분노출 은선, 띠형 홀로그램, 가로 확대형 활판번호, 비공개 디자인 요소 등 신기술이 적용돼 위변조 발생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 ▲ 경산 조폐공사 화폐본부 주화 제조공정 현장. ⓒ한국조폐공사
    ▲ 경산 조폐공사 화폐본부 주화 제조공정 현장. ⓒ한국조폐공사
    동전은 지폐보다 제조 과정이 단순하다. 

    주화생산 일관라인 시스템에 따라 일련의 라인 생산 방식으로 100% 자동화돼 있다. 동전을 만드는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고작 30분 정도다. 

    먼저 원극인·극인 제조 후 소전(무늬가 새겨지기 전 동전)에 앞뒷면 그림을 찍는 압인 과정을 거쳐 불량품을 솎아내는 검사를 하고 롤·상자 포장을 한다. 이후 중량을 측정하고 트럭 모양의 로봇이 자동으로 제품을 적재한다. 

    주화 공정시설에서는 베트남 바트도 취급해 수출한다. 10바트 생산 현황을 보면 올해 생산계획은 1억장이다. 현재까지(18일 기준) 8640만장이 생산됐으며, 진도율로 따지면 86.4%다.

    이렇게 완성된 다량의 '돈다발'은 한국은행으로 옮겨져 승인을 거친 후 은행을 통해 시중에 유통된다.

    화폐 공장에서 생산되는 인쇄제품은 은행권(지폐), 수표, 채권, 증자, 우표, 상품권 등이 있다. 주화제품으로는 주화(동전), 메달, 수출주화, 기념주화, 훈장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