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대장' 푸틴에 당했다…111분 지각해 자정 넘겨 회담 시작'외교결례' 지적 나와…정부 관계자 "러, 상황 불가피성 설명"푸틴, 2018년 52분 늦어…文대통령과 5차례 회담 중 3번 지각
  • 문재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 오사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 오사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상습 지각대장'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허를 찔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9일 진행된 한국과의 정상회담에도 두 시간 가까이 늦게 나타나면서 문 대통령을 심야 대기시켰다.

    29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大阪)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원래 28일 오후 10시 45분에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태였다.

    오후 9시 30분에 끝날 예정이었던 G20 정상 문화공연 및 만찬이 각국 정상들의 대화 등이 길어지면서 한 시간 정도 늦게 끝났다. 

    그 결과 오후 10시 15분에 시작됐어야 할 프랑스와 러시아 간 정상회담은 마크롱 대통령이 회담장에 도착한 오후 10시 55분이 돼서야 시작됐다. 당초 두 정상은 30분간 회담이 예정됐지만 실제 회담은 자정을 넘겨 29일 새벽 0시 20분까지 85분간 이어졌다.

    결국 한러 정상회담은 예정된 시각을 111분을 넘긴 29일 새벽 0시 36분에 시작됐다. 청와대측은 이 과정에서 러시아 측이 청와대와 우리 정부에 상황 설명을 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숙소에서 대기하면서 프랑스·러시아 정상회담이 끝났다는 연락을 받은 후인 0시 25분께 출발해 회담장에 도착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자정을지난 시간에 오사카 한 호텔에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자정을지난 시간에 오사카 한 호텔에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래 28일 밤 11시쯤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던 정상 회담이 자정을 넘겨 시작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어떤 사과 메시지도 없었다.

    이를 두고 회담장에 늦게 도착한 마크롱 대통령도, 문 대통령이 기다리는 것을 알고도 회담을 길게 이어간 푸틴 대통령도 외교 결례를 범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양측 참모들이 배석한 채 45분간 확대 회담을 한 뒤 문 대통령에게 별도의 단독회담을 요청해 8분더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은 새벽 1시 29분에 끝났됐다.

    문 대통령은 회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참모들에게 웃으면서 "사상 초유의 심야(새벽) 정상회담인가요"라고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푸틴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늦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7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계기에 이뤄진 두 정상의 첫 번째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34분 지각했다.

    2018년 6월 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방문 때는 푸틴 대통령이 공식 환영식에 52분 늦었다. 이때문에 정상회담도 40분 늦게 시작됐다.

    푸틴 대통령은 2013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과 2016년 9월 러시아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 때도 각각 40분, 1시간 45분이나 늦었지만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다른 국가 정상들과의 회담에도 늦는 사례가 적지 않아 "의도적인 지각이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는 4시간을 늦었고, 2016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는 2시간을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