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추가 투자 요청한 트럼프, 재계 총수들 '고심' 투자 완료됐거나 당장 계획 없는 곳은 부담 클 듯화웨이 얽힌 삼성·LG '긴장' vs 식품·유통 기업은 '편안' “기업들은 이익 추구, 규제완화·세제혜택 있으면 한국이든 미국이든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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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대미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동시에 투자여건이 좋다면 언제든 투자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즉, 규제완화 및 세제혜택 등이 국내보다 미국이 유리하다면 투자를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말로만 투자를 독려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여건 마련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국내 대기업 총수들의 만남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으며 ▲부담 ▲온도차 ▲여건 등 3가지 측면에서 의미 부여가 됐다.

    우선 현재 미국에 투자를 완료했거나 당장 계획이 없는 곳은 부담이 되는 자리였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웃으면서 칭찬 일색으로 분위기를 좋게 만들었지만, 결국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해달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국내 총수 및 CEO들에게 줬기 때문이다.

    A기업 관계자는 “겉으로는 미국 경제활성화에 한국 기업들이 기여한 부분을 칭찬했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투자 독려였다”며 “기업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각기 판단하겠지만, 이미 투자가 끝났거나 추가 계획이 없는 곳들은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족스러운 투자가 없으면 언제든지 관세 등 보복조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다. 더군다나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경제 성과에서만큼은 양보가 없기에 더욱 그렇다.

    또 지난 30일 만남은 기업별 온도차가 심했다는 분석도 있다. B기업 관계자는 “업종별로 온도차가 컸고, 화웨이 언급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일환으로 화웨이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삼성과 LG는 가장 긴장했던 자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보복에 한국기업의 동참을 직접적으로 요청했다면 분위기는 냉냉했을 것이란 얘기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언급을 하지 않았기에  삼성과 LG는 그나마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와 달리 식품이나 유통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할 수 있었다. CJ, 농심, SPC 등은 미국시장에 대한 투자를 진행 또는 계획하는 곳이기에 부담이 적었다.

    마지막으로 투자 여건에 대한 성토 아닌 성토도 나왔다.

    C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은 철저하게 이익을 추구하고, 돈이 되는 시장에는 뛰어들 수 밖에 없다”며 “규제 완화 및 세제 혜택 등의 투자 여건이 좋은 곳에는 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내에서 문재인 정부가 말로만 투자를 독려한다고 기업들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처럼 투자 여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기업 총수 등을 만나 투자를 독려한 것은 그만큼 미국시장에 투자를 많이 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겠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0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앞으로도 대기업을 필두로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권영수 LG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외에도 허창수 GS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 박정원 두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등도 함께했다. 미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하거나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SPC의 허영인 회장, 농심 박준 부회장, 동원그룹 박인구 부회장 등 식품·유통기업들도 초청됐다.

    롯데와 CJ는 대미 투자계획을 언급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추가 투자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는 구체적인 투자금액이나 투자대상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미국 서부지역 호텔 건립이나 루이지애나 공장 증설 등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경식 CJ 회장도 “장기적으로 미국에 1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다”고 밝혔다. M&A나 공장 증설 등을 포함한 것으로 아직 구체적 계획은 수립되지 않았다는 게 CJ 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