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소재 발목에 해결책 마련 '동분서주'정치 이슈 불구 '관계 리더십' 관심 집중부친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맺어온 정재계 인사 두루 만날 듯
  • ▲ 지난 7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 지난 7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핵심으로 사용되는 포토리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의 소재 수출에 제동을 건데 이어 규제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당장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발목이 잡힌 삼성전자는 이 같은 상황에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일본을 방문하며 적극적으로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현지업체들도 이번 수출 규제가 정치적 결정이라는 점을 토로하고 있지만 삼성의 미래를 위협하는 일본의 이 같은 제재를 최대한 해결하고자 하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저녁 6시 경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 다음날인 지난 8일부터 본격적으로 일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해법 마련으로 동분서주했다.

    과거 일본 게이오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이 부회장은 당시 쌓았던 인맥과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맺어온 일본 정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날 것으로 추측되지만 구체적인 행보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르면 오늘 귀국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일본의 수출 규제가 공식화된 지 사흘만에 직접 일본을 방문하게 되면서 국내 정재계는 물론이고 글로벌 반도체, 디스플레이업계에서도 이 부회장의 행보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 부회장이 당초 일본행을 비밀리에 추진했다는 점과 현지에서 어떤 인물들을 접촉할 것인지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궁금증은 커져갔다.

    같은 기간 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감안해 이번 제재에 섯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대조되며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리더십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일 일본이 본격적으로 소재 수출에 제동을 건 이후 나흘만인 지난 8일이 되서야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대해 직접 발언했고 일본의 조치 철회와 협의를 촉구했다. 일본 아베 정부가 일본 징용 피해자 배상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경제 제재에 나서며 사실상 정치 이슈가 경제 분야로 번진 경우지만 정치권의 행보는 비교적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대신 직접적으로 미래 먹거리에까지 위협이 가해지고 있는 삼성 입장에선 이번 수출 규제를 한시라도 빨리 해결해야 하는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번 수출 규제 품목에 오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조만간 출시가 예정된 삼성전자의 혁신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의 핵심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반드시 필요한 소재다.

    또 220조 원을 들여 집중 육성키로 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적용되는 신기술 '극자외선(EUV)' 공정에도 일본의 포토레지스트 사용이 절대적이다.

    이 부회장도 이처럼 삼성의 미래가 달린 제품 제조에 쓰이는 소재들이 특히 일본의 집중 제재를 받는 것에 대해 일찌감치 간파하고 일본으로 달려간 것이란 분석이다.

    더구나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일본 정재계 인사들과 관계를 공고히 해온 덕에 현지 소재업체들의 현황을 직접 살펴보고 정치적인 이슈 외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점검할 기회를 갖는 동시에 일본 아베 정부와 향후 정치권의 판세에 대해서도 현지 관계자들의 조언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미 앞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등 정치적인 이슈와 맞물린 사업 리스크를 겪고 있던 삼성전자가 직접 타깃이 된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발빠른 대처에 들어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내부적으로도 해결할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이 부회장이 미래 사업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해결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정치적 이유로 시작된 경제 제재지만 기업인으로서 할 수 있는 수준의 선제적 조치를 하기 위해 비공개 행보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