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장비시장 145억弗… '글로벌 1등' 전망칭화유니 D램 선언 이어 잠잠했던 인력 빼가기다시 고개드는 '반도체 굴기 2025'… 韓-日 갈등 빈자리 파고들어
  • ▲ 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SK하이닉스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한 풀 꺾인줄 알았던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기점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영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가 D램 사업에 진출을 선언한데 이어 한동안 잠잠했던 한국 반도체 인재 빼가기도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장비분야에서도 미국업체들의 거래 중단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렸던 중국은 오는 2020년 다시 글로벌 넘버1 자리를 꿰찰 것으로 관측됐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자 제조 공급망 시장을 대표하는 글로벌 산업협회인 SEMI는 오는 2020년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중국이 145억 달러(약 17조 원) 규모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 131억 달러(약 15조 4000억 원) 규모였던 중국 반도체 장비 시장 규모는 올해 117억 달러(약 13조 70000억 원)로 다소 줄어드는 모양새를 나타내다 내년 큰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도 전년 대비 다소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반도체 장비시장은 주요 반도체 제조국 중 가장 가파르게 몸집을 키워왔다. 3년 전만해도 중국 반도체 장비시장은 65억 달러(약 7조 6000억 원) 규모로 당시 가장 큰 시장인 대만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지만 불과 4년 만에 가장 큰 반도체 장비시장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국이 이처럼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글로벌 넘버1의 규모를 갖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양의 반도체를 생산하게 된다는 사전 지표와 같다. 수년 내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휩쓸겠다는 '반도체 굴기 2025'에 대한 중국정부의 집념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최근 1~2년 중국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지독한 무역분쟁을 겪으며 특히 전자와 IT 분야에서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는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업체들에 장비 수출을 금지하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은 한창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대만 등에서 인재를 영입하고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갖가지 인프라 투자에도 공을 들였지만 수준 높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필수인 장비 도입에 난항을 겪으면서 반도체 굴기도 한 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 승승장구했다. 메모리 반도체 상승 사이클과 맞물려 지난해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으며 반도체 장비 시장도 글로벌 톱 자리에 오를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기준 국내 반도체 장비 시장 규모는 177억 달러(약 20조 8000억 원)로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 들어 반도체 하강 사이클과 함께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곤두박질 쳤다. 당장 D램과 낸드 플래시를 생산하는데 쓰이는 소재 수출에는 규제를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직접적인 타격은 피했지만 차세대 반도체 생산공정인 극자외선(EUV) 등에 필요한 필수 소재 수출에 제한을 둔 것이라는 사실이 더 큰 충격을 예고했다. 이번에 규제가 확정된 포토리지스트는 EUV용으로 일본산 외에 대체제가 없다고 알려졌다. 현재 EUV는 7나노급 시범 양산에 성공해 소규모로 라인이 가동되고 있는 상태지만 삼성이 향후 EUV를 통한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미래 주력 사업으로 보고 있는 까닭에 우려감은 커지고 있다.

    반면 중국은 다시 반도체 굴기에 불을 켜고 있다. 중국 국영 반도체기업이라 볼 수 있는 칭화유니는 최근 D램 사업부를 신설해 시장에 뛰어든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세계 3위 D램업체 '마이크론' 인수에 실패한 이후 절치부심한 칭화유니가 자체 조직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강 체제인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마이크론 인수가 좌절된 직후 자회사를 통해 진출한 바 있다.

    중국에서 스페셜티 D램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푸젠진화도 다시금 한국 반도체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한 노골적인 채용공고를 내고 반도체 굴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푸젠진화는 회사 홈페이지 경력직원 구인공고를 통해 '10년 이상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D램 연구개발(R&D)자를 모집하고 나섰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한일 양국 간의 무역분쟁이 발발한 가운데 이어지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반도체와 무역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일 간의 이러한 통상 이슈가 길어질 경우 무엇보다 중국이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이 국내와 비교하면 아직은 넘볼 수 없는 수준이지만 이번 한일 소재 수출 갈등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 필요성에 더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