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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에 전산업으로 피해가 확산될 전망이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일본 측은 지난 12일 한일 전략물자 수출통제 담당 실무자 간 양자 협의에서 우리나라를 안보상 우호 국가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수출무역관리령 시행령을 개정, 오는 24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각의 결정 후 공포하고, 그로부터 21일이 경과한 날로부터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일본 측이 8월 22일께부터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일본의 백색국가로 지정된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모두 27개국이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 한국은 반도체뿐 아니라 모든 전략물자 품목에 대해 개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거의 전 산업에서 수출규제가 강화되게 된다.
앞서 전략물자관리원은 일본 경제산업성의 '일본 수출통제 목록'을 분석한 결과 비(非) 백색국가가 될 경우 첨단소재, 전자, 통신, 센서, 항법 장치 등 1100여개 품목이 규제 대상이 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김규판 선진경제실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백색국가 배제조치는 해당 품목에 대한 규정이 매우 포괄적이고 자의적이어서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태"라면서 "현재 거론되는 해당 수출규제 품목으로는 군사전용이 가능한 첨단소재(화학약품)와 전자부품(차량용 2차 이온전지) 등이 유력하고, 일부 공작기계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확산하고, 장기화할 경우 한국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국가 간 생산의 분업화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연계성이 점차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 실무자 간 양자 협의에 참석한 정부 대표단도 "일본 측의 이번 조처는 글로벌 밸류체인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글로벌 밸류체인은 제품의 설계, 부품과 원재료의 조달,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각 과정이 다수의 국가 및 지역에 걸쳐 형성된 글로벌 분업체계를 뜻한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한국경제 영향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해지면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은 2.2%, 일본은 0.04%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한국이 반도체 관련 부품 수출규제로 대응하면 GDP 감소폭이 한국은 3.1%, 일본은 1.8%로 커진다는 분석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무역갈등이 우리나라의 투자와 성장에 영향을 미쳐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KB증권은 일본의 제재가 지속해 그 여파로 수출 물량이 10% 감소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0.6%포인트가량 하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에 더해 일본이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 경우 추가적인 소재와 부품의 수입이 어려워질 수 있어 올해 하반기, 특히 4분기 이후 생산과 수출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