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삼성-SK', 필수 소재 확보 대책 골몰일본 의존도 90%'… 위기 인식 계기 마련국산화, 수입다변화 등 반도체, 디스플레이 경쟁력 확보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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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정부가 대법원의 일본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불복 개념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 세 가지에 대해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 완화 이후 상황을 준비하던 국내업체들에 또 다시 제동이 걸렸다.

    국내 반도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필수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방안을 놓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오히려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와 수입처 다변화 등 국내 반도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는 4일부터 발효되는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소재 수출 규제를 앞두고 내부적으로는 물론이고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긴밀한 협의에 들어갔다. 지난 1일 산업부 주재로 서울 청사에서 열린 '긴급 현안 점검회의'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요 임원들을 비롯해 반도체협회가 참석해 머리를 맞댔다.

    일본이 지난 1일 공식화한 이번 수출 규제는 가뜩이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시름했던 삼성과 SK에겐 또 한번의 시한폭탄이나 다름 없었다. 더구나 전날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이후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완화되는 양상을 나타내면서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에 걸림돌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여기에 미국의 마이크론이 선제적으로 낸드플래시 감산을 발표하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생산 속도 조절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점도 삼성과 SK에는 호재였다. 글로벌 ICT업체들이 좀처럼 반도체 주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가운데 업계 3위인 마이크론이 먼저 감산을 결정했고 공급량 감소로 반도체 가격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2분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는 서서히 반등 가능성을 보고 있던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또 한번 닥친 일본발 소재 리스크에 반도체 제조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근본부터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그동안 일본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반도체 소재 산업을 국산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반도체 노광 공정에 쓰이는 감광재 '포토리지스트'는 일본의 신에츠, JSR, 스미토모, 호체스트 등에 90% 가까이 의존하고 있고 식각과 세정 작업에 사용되는 고순도 불화수소도 일본이 글로벌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구조다. 일부 국내업체들이 이 소재들을 생산하고 있지만 존재감이 미미하거나 일본과 합작형태로 생산하고 있어 글로벌 1, 2위인 삼성과 SK에 물량을 공급하기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그만큼 이번 일본의 제재로 반도체 소재 국산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소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상하며 수입 제재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의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잇따라 국내 반도체업계에 외교 이슈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지만 각 국의 정치적 사정에 따라 발생하는 탓에 지속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도체 관련 주가가 크게 요동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그동안 등한시했던 반도체 소재와 장비 국산화에 관심을 기울일 절호의 기회"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