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찾은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거리 한국인 여행객들로 붐벼일본 불매운동에도 여전히 방일 한국인 많아"정치적 이슈에 휩쓸리지 않는 성숙한 여행 성향 정착"
  • ▲ 지난 13일 일본 오사카부 오사카시 도톤보리 거리. ⓒ임소현 기자
    ▲ 지난 13일 일본 오사카부 오사카시 도톤보리 거리. ⓒ임소현 기자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한 일본 불매운동이 국내에서 확산되며 일본 여행도 가지 말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찾은 일본 현지는 여전히 한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찾은 일본 오사카부 오사카시 도톤보리 거리에는 이곳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이곳은 오사카시의 대표 번화가로 구로몬(黒門) 시장과 인접한 식당·쇼핑의 메카다. 주말인만큼 나들이를 나온 일본인들도 많았지만 중국인, 한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지나치는 대표적 관광지다.

    '인증샷' 명소로 유명한 글리코(glico)사의 구리코(グリコ) 캐릭터 광고 화면 앞에 도착하자 한 한국인 관광객이 "사진을 찍어줄 수 있겠냐"며 말을 걸었다. 아이들과 함께 오사카를 찾은 가족 관광객이었다. 구리코상과 함께 사진을 찍는 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최근 국내는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한 불매운동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일본 여행 역시 '가지 않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자제를 부탁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 12일부터 13일까지 오사카 시내 일대를 돌아다닌 결과, 많은 한국인들이 아직 오사카를 찾고 있었다.

    도톤보리 거리 근처 초밥 가게에서 일하는 20대 한국인 유학생 A씨는 "이곳은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가게로, 최근에도 변함없이 매일매일 한국인들이 줄을 선다"며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변화는) 체감되는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타코야끼 가게의 일본인 직원 B씨도 최근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냐는 질문에 "많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달과 비교해 어떻냐고 묻자 "쭉 많았고, 여전히 많다"고 대답했다.

    실제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이치란(一蘭) 라멘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늘어서 있었다. 줄을 지나치자 익숙한 한국어도 많이 들려왔다. 대기 줄의 대부분이 한국인으로 추정됐다. 이 외에도 도톤보리 거리 곳곳에서는 심심찮게 한국어를 들을수 있었다.  

  • ▲ 지난 13일 일본 오사카부 오사카시 이치란 라멘 매장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옆은 유명 상점 돈키호테. ⓒ임소현 기자
    ▲ 지난 13일 일본 오사카부 오사카시 이치란 라멘 매장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옆은 유명 상점 돈키호테. ⓒ임소현 기자
    반대로 '혐한' 분위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어 안내를 제공하는 식당이 대부분이었고, 한국인들이 자주 오는 만큼 간단한 인사말을 한국어로 건네는 일본인들도 많았다.

    환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한국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진 러쉬(LUSH)에는 한국인 직원들이 많았다. 도톤보리 거리의 한 러쉬 매장에는 7명 정도의 직원이 매장 곳곳에 서 있었지만 이 중 3명이 한국인 직원이었다.

    가족, 친구, 커플 등 여행 형태는 다양했지만 여기저기에서 여전히 한국인 관광객들이 오사카 거리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인기 상점인 돈키호테(ドン・キホーテ)나, 시내 사후 면세 구역에는 쇼핑을 즐기는 한국인들이 여전히 많았다. 뿐만 아니라 인천으로 향하는 항공기 수속을 위한 간사이 공항 줄도 길었다. 이 중에는 한국으로 귀국하는 한국인들과 함께 한국 여행길에 오른 일본인 관광객도 섞여 있었다.
  • ▲ 지난 13일 오후 일본 오사카 타카시마야 백화점 사후 면세 구역. ⓒ임소현 기자
    ▲ 지난 13일 오후 일본 오사카 타카시마야 백화점 사후 면세 구역. ⓒ임소현 기자
    오사카는 오랜 기간 한국인 인기 여행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왔다. 가까운 거리(비행시간 1시간 40분 가량 소요), 저렴한 가격(왕복 항공권 10만원대), 다양한 볼거리 등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국내 여행업계 역시 일본 여행이 급격하게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지 않다는 설명을 내놨다. 한 국내 여행사 관계자는 "일본 여행의 경우 (일본 수출 규제 전후) 별 차이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 ▲ 지난 13일 오후 일본 간사이 공항 인천행 항공기 탑승 카운터 모습. ⓒ임소현 기자
    ▲ 지난 13일 오후 일본 간사이 공항 인천행 항공기 탑승 카운터 모습. ⓒ임소현 기자
    또 다른 국내 여행업체 관계자는 "요즘 여행객들은 정치적인 이슈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성향에 맞는 여행지를 고르는 경우가 많다"며 "신규예약이 조금 빠질 가능성은 있겠지만 저가 항공사(LCC) 등의 초특가, 땡처리 여행권이 완판되는 등 저렴한 항공권에 대한 수요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불매운동이 거세더라도 실제로는 여행을 취소하거나 저렴한 가격에도 여행을 포기하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 사이에서는 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외부 요인보다는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소비 성향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행객들은 어떤 이슈에 따라 쉽게 자신의 계획을 바꾸지 않는 성숙한 여행 성향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며 "자신의 만족을 위한 여행을 선호하고 아무리 다른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자신의 성향에 반하는 여행으로 변경하거나 휩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