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2009년 베트남 국영 의류업체 '탕콤' 지분 인수… 2018년말 공장수 37개로 확대탕콤'그룹 지난해 1800억원 매출 올려… 원사부터 봉제까지 수직 계열화박우혁 봉제 공장장 "베트남 인건비 상승에 스마트 팩토리 중요성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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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ành công(탕콤)’. 베트남어로 ‘성공’을 뜻하는 단어다. 베트남 거리에서는 ‘탕콤’이 들어간 음식점이나 상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가게의 ‘대박’을 바라는 염원을 상호에 담은 것이다. 베트남 섬유 공장 ‘탕콤’ 역시 이름처럼 성공 궤도를 달리고 있다.이랜드는 2009년 베트남 국영 의류업체 ‘탕콤’ 지분 인수를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 기지개를 켰다. 이랜드 아시아 홀딩스가 집중한 생산 거점은 베트남이다. 최대 생산 공장인 탕콤 공장(니트 생산)을 인수한데 이어 SY 비나(본사 교직물 생산)도 설립했다.이랜드 베트남 규모도 키웠다. 기존에 운영하던 롱안·구찌 외에 짱방(캐주얼·아동복 생산), 빈증(아우터·여성복) 공장도 추가로 세웠다. 이렇게 이랜드 아시아 홀딩스가 아시아 지역에 확보한 생산 거점은 2018년 말 공장 수 37개에 이르며 종사하는 노동자만 1만7258명이다.그중 가장 규모가 큰 ‘탕콤’(Thanh Cong Grouop)은 지난해 1800억 원을 올렸는데, 단일 섬유 수출기업으로 베트남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다. 또 섬유 계통에서는 호치민 증시(HOSE)에 상장된 유일한 회사로, 시가총액은 720억원 가량으로 전체 상장 기업 중 65~70위 수준이다.이곳에서는 연간 2400만장의 의류를 만들 수 있다. 원사에서부터 원단, 의류 등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직원 수만 7300여명에 달한다. 이곳에서 스파오와 미쏘·로엠 등 SPA 브랜드부터 국내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뉴발란스 등의 니트가 생산되고 있다.지난 10일 베트남 탕콤 공장에서 만난 박우혁 봉제 공장장(45)은 "인수 이후 대대적인 개혁을 시도했다. 그동안의 악습을 바꾸기 위해서 일하는 방법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선진시스템을 도입해 설비를 보완했고, 성과 연동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현지에 좋은 점은 그대로 가져가 돼, 선진국의 방법을 추가로 접목했다. 부문마다 한국 관리자들이 있고 밑으로 로컬 책임자들이 현장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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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콤 공장의 가장 큰 장점은 방적(원사)부터 편직·제직·염색·가공·봉제에 이르기까지 자체적인 의류 제조 산업의 수직 계열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는 점이다. 주문자상표부착(OEM) 생산이나 일부 원사나 편직을 납품받는 것이 아닌 직접 실을 만들어 원단을 가공하다 보니 원가를 절감하고 품질을 높였다.박 공장장은 “대부분 의류 생산 공장 시스템은 원부자재를 해외에서 가져와서 자르고 봉제하는 작업만 한다. 하지만 오류가 생기면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반면 탕콤은 버티컬(수직) 시스템으로 하루, 이틀 만에 수정이 가능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의사결정도 빨리할 수 있고, 공정도 축소할 수 있으며 원부자재 만드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여기에서 남는 이윤으로 기술 개발(R&D)을 추진하면서 다른 SPA 브랜드보다 양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또 수직 계열화 덕에 품질의 균일화와 발 빠른 제작 생산 시스템도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박 공장장은 “탕콤은 단순히 바이어에게 주문받은 상품만 제작하는 다른 공장과 달리, R&BD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원사나 원단을 바이어에게 역제안한다. 2년 전부터 R&BD센터를 본격적으로 운영해 바이어에게 보여주며 활용하고 있다. 베트남 모든 의류 공장 중 R&BD 센터를 보유한 곳은 얼마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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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탕콤 공장은 수직 계열화 시스템을 만든 후 이랜드그룹의 패션 발주 물량(2018년 전체 공장 생산량 40% 내외)이 꾸준히 늘고 있고 시스템 안정화 속에 우수한 제품이 생산되면서 외부 발주 물량도 한없이 밀려들고 있다.특히 원단 품질의 우수성을 깐깐히 따지는 미국이나 일본 기업들의 발주가 넘친다. 이러한 장점이 다양한 바이어를 소화해 매년 생산 캐파를 신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박 공장장은 “보통 내수 주문만 받거나, 해외 주문만을 소화하는 공장과 달리 탕콤은 공장별로 물량에 따라 소화할 수 있는 생산량을 맞출 수 있다. 바이어에 맞는 다양한 라인을 구성하기 때문에 유연성 있고 빠르게 대처해 수익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빠른 제작으로 배송기간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다. 주문 후 트럭에 싣고 한국으로 도착하는 데까지 5일이 채 걸리지 않는다. 더 급한 주문은 비행기를 실어 시간을 단축했다. 한국에서 리오더해도 2주 안에 빨리 납품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그는 “한국은 패션 트랜드가 가장 빠르고 유행에 민감하다. 그만큼 빨리 옷을 만들어서 넣어줘야 한다. 이를 ‘QR(Quick Response)’ 신속 대응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탕콤 공장은 이 과정이 굉장히 빨라서 일주일 만에 납품을 끝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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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콤 베트남에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매달 혹은 분기마다 고아원이나 장애인 센터에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직원 중 저소득층 자녀에게 1년에 2번 이상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다. 또 공장 내 병원을 설치해 직원들 건강검진을 무료로 일 년에 두 번씩 실행하고 있다.박우혁 공장장은 “이랜드 베트남과 탕콤이 같이 협업해서 암에 걸려서 치료가 불가능한 분을 1년에 1번 정도 한국으로 보내서 수술받는 봉사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공헌활동들로 올해 상반기에 베트남 50대 기업 상을 받은 바 있다”고 전했다.탕콤의 다음 목표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이다. 베트남 최저임금이 매년 10%가량 상승하는 상황에서 예전만큼 인건비 절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많은 인력이 필요로 하는 봉제 공장 특성상 생산 자동화로 인건비를 절감해간다는 각오다.“생산 설비 투자로 탕콤 공장도 빠르게 자동화되면서 스마트팩토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봉제공장이 한국과 일본에서 벗어나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과 베트남으로 갔다면, 베트남 역시 인건비가 오르고 문화의식이 높아지니 제조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결국 공장들도 점차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뀔 것으로 점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