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2013년 갑질 사건 이후 줄곧 하락세2,3위 순위권 다툼 치열… 시장 자체 규모 축소동원, 점유율 미미하지만 성장 폭 커
  • ▲ ⓒ동원F&B
    ▲ ⓒ동원F&B

    국내 유업계 후발주자 격인 동원F&B가 최근 수년간 놀랄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저출산 기조 등 내수 시장 침체 요인이 여럿 발생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고전하고 있는 업계지만, 동원의 시장 점유율 확대 폭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동원F&B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원의 백색시유(흰 우유) 시장 점유율은 4.3%를 기록했다. 2015년 3.6%에 불과했지만, 다음 해인 2016년 4.1%로 뛰어오른 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백색시유 시장 점유율 확대는 최근 업계 전체에서 백색시유 자체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만큼, 지켜봐야할 수치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올해 4월 누적 전체시유 판매량은 23만3000톤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3.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공시유의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간 대비 0.5% 증가한 반면, 백색시유 판매량은 4.8% 감소했기 때문이다. 

    소폭 판매량이 증가한 가공시유의 경우에도 동원은 선방하고 있다. 동원은 가공유 부분 시장점유율은 올해 1분기 10.5%를 차지했다. 2015년 6.1%에 불과했지만 이후 8.3%, 8.6% 등으로 상승한 후 지난해 10.9%로 10%를 돌파했다.

    발효유 역시 2015년 12.9%에서 지난해 14.9%로 증가했고, 올 1분기에도 15.1%로 15%를 넘겼다.

    동원의 전체적인 유제품 시장 점유율이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이전에는 유제품 통틀어 5.8%를 차지하는 등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최근 5년만에 큰 폭의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동원의 지난 2018년 유가공 매출은 총 5300억원 가량으로 2012년 2500억원에서 2배 이상 신장했다. 2013년에는 3000억원, 2014년 3400억원, 2015년 3800억원, 2016년 4500억원 등 매년 상승한 후 2017년 5000억원을 넘겼다.

    꾸준히 상승세를 나타낸 것도 놀랍지만 국내 유가공 업계 규모가 축소되고 있던 최근 수년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점도 놀랍다.

    반면 2013년부터 '대리점 갑질' 사건, '아이 쥬스 곰팡이 사건', '코딱지 분유' 사건, '창업주 외손녀 마약 투약 혐의' 등 각종 논란이 일었던 남양유업은 현재까지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양유업이 집계한 우유류 시장점유율은 논란이 일었던 2013년부터 쭉 빠졌다. 2012년 25%였지만 2013년 24%로 떨어진 후 2016년 23%, 지난해는 22%에 그쳤다. 발효유 역시 같은 기간 32%에서 지난해 27%로 떨어졌다.

    남양의 우유류 매출은 2016년 5934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5649억4300만원으로 떨어졌다. 전체 매출액도 지난해 1조706억원을 기록, 1조 클럽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남양의 매출은 2012년 1조3403억원에 달했지만 2013년 1조2053억원으로 꺾인 후 줄곧 하향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동원은 개별 기준 지난해 매출 1조6326억원을 이뤄냈다. 2012년 1조1912억원에서 2013년 1조2466억원으로 오른 이후 쭉 상승세다.

    업계에서는 동원이 남양의 시장점유율을 가져갔다는 것만으로는 점유율 확대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업계 1위인 서울우유의 점유율도 소폭 늘었고, 3위인 매일유업이 2위 남양을 맹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체적인 시장점유율로는 서울우유가 점유율 37~38%대를 유지하다 올해 4월 들어 40%대(40.2%)에 진입해 2개월 연속 40%대를 유지했다. 특히 점유율 40%대를 찍으면서 2위와의 격차를 벌렸다.

    업계 2위인 남양은 지난해 5월 13.8%였던 점유율이 올해 4월 12.5%로 떨어졌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5월 점유율 10.5%로 출발해 등락을 거듭하다 올해 3월에는 11.8%까지 상승했다. 지난 5월 기준 남양과 매일의 점유율차는 1.7%포인트에 불과했다.

    이처럼 업계에 2,3위 순위 다툼이 치열하고 업계 전체의 규모는 줄어들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가 쉽지만은 않은 가운데 후발주자인 동원의 성장세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원의 시장점유율은 아직 다른 업체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업계 전체 상황을 놓고 봤을 때 무시하기 힘든 상승 폭을 보이고 있다"며 "악재가 겹친 남양유업의 실적 하락에 따른 상승으로만 보기에도 어려울만큼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 ▲ ⓒ동원F&B
    ▲ ⓒ동원F&B
    아울러 동원이 발효유, 치즈 등 남양유업이 중점적으로 전개하는 사업이 아닌 분야에서 더 큰 성장세를 이뤄낸 것 역시 동원의 실적 상승을 외부적인 요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에 대해 동원F&B 관계자는 "사실 동원은 유가공 사업에 특화됐기 때문에 백색시유는 메인 제품이 아니기도 하고 시장 점유율이 한자리수로 높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가장 많이 성장한 발효유나 치즈 등은 서울우유, 매일유업, 한국야쿠르트 등 다양한 경쟁업체가 있는만큼 어느 특정 업체의 점유율을 뺏어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유가공 사업 전체로 볼 때 업계의 타업체에 비해 최근 가장 빠른,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