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보쉬·가게나우 등 마케팅 강화… 다양해진 가전 수요 반영1조 빌트인 시장선 맥 못추는 외산… B2B 시장 승기 잡은 삼성-LG
-
국내 가전시장에 다양성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유럽 등 외국 가전업체들이 앞다퉈 마케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선호도가 높은 국내시장에서 외산 가전이 설 자리는 크지 않지만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을 중심으로 영역확대를 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B2B 계약이 절대적인 빌트인 시장에서 삼성, LG의 철옹성을 뚫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밀레코리아는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밀레 익스피리언스 센터 청담'을 개관했다. 이 매장은 특히 방문객들이 주방가전을 직접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게 제품을 전시하고 쿠킹 클래스 등의 이벤트를 여는 등 체험 마케팅에 초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이번 청담 센터는 밀레가 아시아에 최초로 세운 컨셉 스토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국내 가전 시장에 유럽업체가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빌트인 가전시장에도 전통있는 유럽 가전업체들이 이전보다 활발하게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 일부 대형 건설사의 고급 아파트와 빌라를 중심으로 유럽 가전사의 프리미엄 제품을 빌트인으로 꾸몄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앞세워 분양에 나서는 분위기다. 실제로 유럽 빌트인 가전 브랜드 '가게나우'와 독일 가전 브랜드 '지멘스'는 GS건설과 롯데건설 등의 대형 건설사와 손을 잡고 냉장고와 오븐 등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이처럼 외산 가전 불모지로 여겨지던 국내 가전시장에서 앞다퉈 외국업체들이 진출하고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데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가전을 구매하고자 하는 니즈가 커진 영향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가전업계에서 새로운 주요 소비층으로 분류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기존과는 달리 자신의 생활방식과 개성을 중시하면서 이전 세대에서 사용하던 브랜드만 선호하는 현상은 자취를 감췄다.이 같은 밀레니얼 세대 영향으로 삼성과 LG도 다양한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제품들로 가전 신제품 판도를 완전히 바꾸고 있기도 하다. LG전자의 경우 프라이빗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오브제(Objet)'를 선보이며 방마다 두고 사용하는 소규모 가전시대를 열었고 삼성전자도 구성원이 줄어든 가정 상을 반영해 기존보다 크기와 용량을 줄인 식기세척기와 집안 인테리어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 등을 새로 론칭하는 등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하지만 여전히 외산 가전들이 국내 브랜드를 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영국 청소기 브랜드 '다이슨'의 경우 무선청소기를 중심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지만 가격과 AS 이슈 등에서 자유롭지 못해 제품군을 확장하는데는 한계를 겪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삼성과 LG가 다양한 신가전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외산 가전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앞서 언급한 다이슨 청소기의 인기몰이 이후 국내업체들도 더 강력한 성능과 가격정책으로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을 빠르게 뒤따랐고 소비자들의 꾸준한 선택을 받고 있다. 보다 한국시장 맞춤형으로 제품이 설계됐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빌트인 가전 시장에서는 삼성과 LG의 바람이 더욱 거세다. 현재 1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빌트인 가전 시장은 건설사들과 수주 계약을 통해 맺어지는 B2B 판매가 전체 빌트인 시장의 80%를 넘어가는 상황이라 국내업체들에게 사실상 유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 가전업체들은 국내 빌트인 시장에선 일부 초프리미엄급 수요를 중심으로만 수주가 이뤄지고 있어 시장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다만 국내 빌트인 가전 시장 성숙도가 높지 않은 편이라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한국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해 외국업체들이 세를 키워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가전업계 관계자는 "세계 가전시장에서 빌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24%인 반면, 국내 가전 시장에서 빌트인 가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15.4%로 불과해 국내 빌트인 가전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높게 평가된다"며 "빌트인가전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빌트인 확대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국내 빌트인가전 보편화가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