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DMC, "간암 치료제 가치 없다" 중단 권고하한가 직행… 셀트리온 등 바이오 전반적 하락잇단 실패, K-바이오 신뢰도 '뚝'… 옥석가리기 이어질 듯
  • ▲ 신라젠 CI ⓒ신라젠
    ▲ 신라젠 CI ⓒ신라젠

    4월 인보사 사태, 6월 에이치엘비 쇼크에 이어 이번엔 신라젠에서 바이오 업계 전반에 충격파를 던졌다. 신라젠의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의 임상 3상이 중단됐다는 소식에 끊임없는 악재로 시름을 앓던 바이오 업계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신라젠은 2일 공시를 통해 1일(현지시간) 오전 9시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ee, 이하 DMC)가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날 신라젠이 DMC와 펙사벡 간암 대상 임상 3상시험(PHOCUS)의 무용성 평가 관련 미팅을 진행하며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 결과를 확인한 데 따른 결과다.

    이번 권고는 사실상 신라젠의 펙사벡이 치료제로서 가치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무용성 평가는 임상 3상 과정 중의 하나로, 개발 중인 약이 치료제로서 가치가 있는지 입증해 임상시험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실시한다.

    펙사벡은 신라젠의 가장 대표적인 중심 파이프라인으로, 나머지 7개 파이프라인은 펙사벡을 기초로 파생됐다. 때문에 이번 임상 중단 권고가 신라젠이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해당 공시 이후 장 초반부터 신라젠의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신라젠은 전일 대비 29,97%(1만 3350원) 하락한 3만 1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신라젠뿐 아니라 셀트리온(-2.05%), 헬릭스미스(-3.17%), 레고켐바이오(-4.57%), 제넥신(-2.71%) 등 대부분의 바이오주도 하락세다.

    올해 바이오 업계에서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발표가 예정됐던 에이치엘비와 신라젠이 차례로 임상 3상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제 남은 곳은 내달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준비 중인 헬릭스미스다.

    헬릭스미스의 VM-202 미국 임상 3상 성공 여부는 내달 23~27일 중에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헬릭스미스는 임상 3상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루머가 돌면서 몸살을 앓았다. 이에 회사 측은 공식 홈페이지 팝업창을 통해 해당 루머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고배를 마시는 일은 글로벌 제약사들도 빈번하게 겪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 성공률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미국 바이오산업협회(BIO)가 임상시험 모니터링 서비스인 바이오메드트렉커(Biomedtracker)를 통해 10여 년간(2006~2015년) 9985건의 임상시험 성공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임상 1상부터 최종 신약 허가에 이를 가능성은 9.6%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의 임상시험 단계별 성공률은 ▲임상 1상 63.2% ▲임상 2상 30.7% ▲임상 3상 58.1% ▲신약승인신청 85.3%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글로벌 임상 3상의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시장의 기대를 받았던 바이오기업들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K-바이오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신라젠은 바이오주 열풍이 불던 지난 2017년 펙사벡 임상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수개월 만에 주가가 9000원대에서 15만원대로 급등했던 업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바이오기업에 대한 철저한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장주로 꼽히던 바이오 업체들이 연일 고꾸라지면서 거품 논란이 일고 있지만, 반대로 거품이 걷히는 시기로 봐도 될 것 같다"며 "실체 없이 시가총액만 컸던 업체들이 정리되고 아직 부각되지 않았던 업체들 중 유망 파이프라인이나 알짜배기들로 눈을 돌리게 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