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C 혐한 발언으로 불매운동 기름부어물의 빚은 윤동한 회장 사과 이어 경영 손때日 제품 판매 축소 지속
  • ▲ DHC홈페이지ⓒDHC홈페이지 캡처
    ▲ DHC홈페이지ⓒDHC홈페이지 캡처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따른 국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영향이 화장품업계에서도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그간 일부 의류 제품이나 식품에서 두드러졌던 불매 운동 효과가 다양한 상품군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최근엔 한 일본 화장품 업체의 혐한 발언으로, 화장품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는 분위기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 클렌징 오일로 인기를 끌었던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는 최근 자회사의 혐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DHC테레비의 한 프로그램에서 한 패널이 "한국은 원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라며 한국의 불매운동을 비하했다. 

    DHC의 일본에 자회사 DHC테레비는 극우 성향의 유튜브 정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DHC테레비 방송의 혐한 발언이 논란이 되며 10일 밤부터 12일 현재까지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DHC가 검색어에 오른 상태다. DHC 측이 "드릴 말씀이 없다"고 언급하면서 불매운동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올리브영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DHC 제품 판매를 최대한 줄인다는 방침이다. 

    앞서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지난 7일 직원 조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 일본 대응을 비난하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 표현과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 극보수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논란이 됐다.

    해당 영상에서 윤 회장이 "아베가 문재인의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고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이라는 극단적인 여성 비하까지 더해진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이 사태로 인해 윤 회장은 지난 11일 대국민 사과를 하며 경영에서 물러났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감정적인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예시로 문제의 동영상을 틀었던 것이지 동영상의 내용에 에 공감한다는 뜻은 아니"라면서 "신사옥으로의 이전과 함께 이러한 상황에서 한 걸음 물러나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현 상황을 바라볼 필요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1990년 윤 회장이 일본콜마와 합작으로 한국콜마를 창립하면서 일본기업이라는 비난까지 더해졌다. 한국콜마는 설립할 당시 일본콜마와 합작, 한국콜마 51%, 일본콜마 49%의 지분율로 출범했다. 현재 일본콜마의 한국콜마 지분은 12.43%으로 떨어졌지만 SNS등에서는 여전히 일본기업이라며 불매운동을 촉구하고 있다. 또 일본콜마는 지주회사인 한국콜마홀딩스 지분 7.46%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화장품 업체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료의 위험성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2013년부터 증가세를 기록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화장품 수입액은 2016년 20억9583만원, 2017년 22억3897만원, 2018년 25억6050만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일본 화장품 브랜드를 전개하는 업체는 그 불똥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 화장품 리스트가 업데이트돼 속속 올라오고 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이달 1∼5일 키스미, 하라다보 같은 화장품 브랜드와 발바닥 패치 휴족시간 등 일본 브랜드 제품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8% 정도 감소했다. 쇼핑몰 검색창에서 일본 제품을 검색해보는 빈도도 현저히 줄었다. 11번가에서도 일본 화장품 브랜드인 우르오스를 검색한 횟수도 43% 줄었다.

    특히 소비자들과 최접점에 서 있는 만큼 자칫 신뢰를 잃을 경우 제2의 유니클로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혐한 발언 등으로 일본과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 중인 유니클로 한국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은 수출 규제 이후 반토막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기업은 숨죽이고 관련이 없는 기업도 괜한 뭇매를 맞을까 몸을 사리고 있다"면서 "일부 일본 화장품 업체는 마케팅을 최소화하고 광고판 등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업계가 국내외적으로 힘든데 일본 관련한 이슈로 긴장하고 있다"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따른 반사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봤을땐 국내 화장품 시장의 축소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