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 유망 스타트업 직접 육성안정성 중점둔 스타트업 투자새로운 미래산업 도전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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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정체에 빠진 화장품업계가 신사업 아이디어를 갖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키우기로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전통적인 사업만으로는 혁신하기 어렵다고 보고 스타트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려는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코스맥스·한국콜마 등 화장품 업체들은 기술이나 설비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들과 직·간접적으로 협업해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선 아모레퍼시픽은 사내벤처 육성에 적극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부터 뷰티·헬스케어 사내벤처 제도 린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3~4명으로 구성된 팀 2개를 꾸려 제품을 시장에 선보인 뒤 소비자 반응을 보고 정규 브랜드 출시 여부를 결정한다.
이를 통해 사업성을 인정받은 브랜드도 여럿이다. 대표적으로 브로앤팁스는 2017년 아모레퍼시픽 사내벤처팀에서 탄생한 브랜드로 카카오메이커스 완판, H&B스토어 랄라블라 전국매장 입점 등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며 올해 정규 브랜드로 편성됐다.
건기식 브랜드 큐브미도 있다. 성장하는 이너뷰티 시장에 주목, 알루론산, 콜라겐 등의 성분을 간편하게 씹어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5월 차세대 화장품 기술 개발에 앞장설 미래 인재를 육성하고 국내외 우수 뷰티 스타트업을 지원할 LG생활건강 미래화장품 육성재단을 출범했다. 주요 지원사업은 화장품 관련 기초 연구개발(R&D) 분야 연구지원, 우수 뷰티 스타트업 발굴 및 기술개발 지원, 대학생 장학사업 등이다.
우수 뷰티 스타트업 발굴 및 기술개발 지원 사업의 경우 성장 잠재성이 높은 화장품·뷰티 분야의 국내외 기술기반 스타트업에게 초기 연구개발비와 생산설비 등 사업제반 마련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다.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잇츠스킨도 한화 드림플러스와 함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지원사업에 참여할 뷰티테크 관련 스타트업을 공개 모집하기도 했다. 고객데이터 분석·활용, IoT·웨어러블 기기 제작, DB 기반 마케팅 솔루션 등 뷰티테크 분야 및 신제품 기획·생산 관련 스타트업을 선발했다. 선발된 스타트업은 6개월 동안 한화생명 사옥 내의 코워킹 스페이스에 입주해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과 투자기회 등을 지원해 준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도 적극적이다. 코스맥스는 삼성증권, GS리테일, 인터파크, 녹십자웰빙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과 손잡고 헬스케어&뷰티 분야 유망 기업 육성에 나섰다.
코스맥스는 화장품뿐만 아니라 코스맥스바이오, 뉴트리바이오텍 등 계열회사를 통해 헬스케어 제품의 개발 생산을 지원한다. 코스맥스를 통해 생산된 제품은 인터파크·GS리테일의 유통망과 녹십자웰빙의 병원·의원·약국과 같은 유통망을 통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콜마는 4차산업 기반의 화장품 스타트업 모집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 전문기업 킹슬리벤처스, 종합 유통기업 BGF리테일, 제약·바이오·헬스케어 투자 전문기업 오스트인베스트먼트 등과 국내 화장품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손잡았다.
이를 통해 최종 선발된 스타트업은 화장품 창업에 필요한 기술과 자본, 유통 등 모든 패키지를 제공 받게 된다. 최근에는 뷰티와 IT를 접목해 AI(인공지능) 기반의 일대일 맞춤 화장품을 제공하는 기업하는 세린랩을 최종 선정하기도 했다.
화장품업계가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는 것은 시장 성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시장은 14조4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대비 2% 성장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성장률 6%에 한참 못미친다.
특히 스타트업 기업에게 자금을 지원하면서 기술 개발을 촉진해 이들의 아이디어를 활용하거나 협력을 통해 신사업 진출 시 동반되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상호 윈윈(win-win)인 셈이다. 이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화장품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우수한 업체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미래 혁신 기술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해외의 경우 화장품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 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해외 스타트업의 경우 약 1000개로 추산되지만 국내는 약 63개에 불과하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직접 뷰티 제품을 개발해 제조하는 뷰티테크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화장품을 비롯한 뷰티 분야는 구매 빈도가 높고 서비스와의 연계가 용이하며, 사치품에서 필수품까지 다양한 포지셔닝을 취할 수 있다는 범용성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