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 공장폐쇄…베트남·인도로 떠나시안 반도체 2기 라인 신설 힘실어日소재수출규제 대안으로도 급부상상반기만 시안법인 7천억 자금 수혈도
  • 삼성전자가 중국을 스마트폰 생산에서 반도체 생산 기지로 전환하는 전략을 펼쳐 눈길을 끈다. 지난해 말 중국 천진(天津)에 있는 스마트폰 생산법인을 정리한 이후 중국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과 인도로 거점을 바꿨고 시안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에 힘을 실어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시안(西安) 공장은 현재 2기 라인 완공도 앞두고 있고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대안책으로 떠오르면서 생산거점으로 역할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28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중국 천진에 있는 스마트폰 생산법인(Tianjin Samsung Telecom Technology, TSTC)을 청산하기로 결정하고 정리 과정에서 회수가 불가능한 장부금액 1270억 원 가량을 손실 처리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현지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2000여 명의 직원과 협력사에 이 같은 사실을 공지하고 공장 가동을 멈췄다. 천진 공장 폐쇄로 중국에서 근무하는 삼성전자 임직원수가 해외법인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 임직원수는 5000명 넘게 줄어 3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1000억 원대 손실과 대규모 인원 감축을 감수하고서라도 중국에서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한데는 과거 대비 중국 시장 수요가 줄어든 반면 생산 효율성은 떨어진 영향이 컸다. 한 때 중국시장 20%를 차지했던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중국시장에서 화웨이나 오포, 비보, 샤오미 등 현지업체들에 밀려 점유율이 0%대에 달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했고 현지 스마트폰 공장 두 곳 가운데 규모가 큰 천진 공장을 정리하게 됐다. 현재는 후이저우에 위치한 공장에서 내수용 스마트폰을 생산하며 명맥을 잇고 있다.

    최근에는 마지막 남은 후이저우 공장까지 정리를 준비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삼성전자가 중국 내에 유일하게 가동하고 있는 스마트폰 공장인 후이저우 공장에서 마저 임직원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생산의 완전한 '탈(脫) 중국'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삼성전자가 후이저우 공장까지 정리하게 될 경우 스마트폰 생산은 베트남과 인도가 완전한 거점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대신 시안에 위치한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은 지난해 3월 2기 라인 신설에 들어가며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총 70억 달러(약 8조 5000억 원)가 투입되는 이번 신공장은 나날이 증가하는 중국 내 낸드플래시 수요에 대비해 신설이 추진됐으며 올해 말 완공 후 내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시안 공장은 삼성이 해외에 두고 있는 유일한 메모리 반도체 생산거점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시안 공장 신설 계획을 처음 수립한 이후 2년 뒤인 2014년부터 이 공장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고 이후 반도체 슈퍼 호황시기를 '삼성 반도체 천하'로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평가한다.

    여기에 최근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를 한국에 수출하는 데 규제 수위를 높이면서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공장 역할이 재조명 받고 있다. 해외에 유일하게 두고 있는 메모리 생산 공장인 시안은 일본의 규제를 피해 소재를 우회수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됐다.

    실제로 지난 7일 일본이 규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에 허가해 준 건 중 하나가 중국 시안공장으로 향하는 에칭가스 수출건이었다. 업계에서는 일본 소재업체들이 앞으로도 이같은 중국 생산공장향 수출 방식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도 중국 시안공장을 운영하는 법인(Samsung China Semiconductor Co., Ltd.)에 7000억 원에 가까운 신규 자금을 투입하며 지속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이 미국 오스틴 지역에 두고 있는 공장을 시스템 반도체 중심으로, 중국 시안 공장을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전폭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