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핵심 인력 채용 행위 관련 4월 ITC 제소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전제 언제든 대화 가능"글로벌 배터리 시장 매년 25% 성장세… 시장 선점 경쟁
  • ▲ ⓒLG화학
    ▲ ⓒLG화학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을 둘러싼 배터리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법정 공방을 넘어 자존심 싸움으로 이어지며 한치의 물러섬 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사는 대화의 문은 열어둔 상태지만 전제 조건을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 못 박은 만큼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LG화학은 3일 배터리 분쟁과 관련해 "경쟁사가 스스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본질을 호도하는 여론전을 그만두고 소송에만 성실하고 당당하게 임해 시시비비를 명확하게 가리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한편, 손해배상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 측은 별도의 입장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번 배터리 분쟁은 LG화학이 영업비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하면서 불거졌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인력 영입으로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됐다는 주장에서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지난 2017년 10월과 지난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경쟁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당사 핵심 인력에 대한 도를 넘은 채용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불과 2년만에 100명에 가까운 인력을 대거 채용하자 지난 4월 29일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력직 공개채용 방식을 이용했으나 실질적으로는 헤드헌터와 전직자들을 통해 특정 분야의 인원을 타게팅한 후 적극적인 권유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인원에게 SK이노베이션이 마련한 이력서 양식에 시기별로 프로젝트 내용 및 함께한 동료 전원의 실명을 기술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어 면접에서도 업무성과를 별도의 발표자료를 통해 상세히 제출하도록 요구했고 경쟁사의 해당 분야 전문 인력 다수를 면접관으로 참석시켜 지원자가 습득한 당사의 기술 및 노하우를 경쟁사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 중점적으로 질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입사지원자들은 당사의 선행기술, 핵심 공정기술 등을 지원서류에 상세히 기재했고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수 백여 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열람, 다운로드 및 프린트 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채용절차를 통해 선발한 인원을 해당 직무 분야에 직접 투입해 관련 정보를 2차전지 개발 및 수주에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기업의 정당한 영업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문제 제기라며 선을 긋고 있다. 

    특히 투명한 공개채용 방식을 통해 국내외 경력직원을 채용하고 있으며 경력직으로의 이동은 당연히 처우 개선과 미래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한 이동 인력 당사자 의사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LG화학 측의 주장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LG화학 직원의 이직은 자발적인 선택일 뿐 LG화학의 주장은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전자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ITC에 맞소송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에서 특허침해 대상 기술과 범위를 한정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송 목적을 자사의 핵심기술 및 사업가치 보호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간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외 특허침해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힌 내용과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양사는 표면적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둔 모습이지만 요구사항은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문제 해결까지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LG화학은 경쟁사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또한 손해배상 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특허 침해 제소와 같은 본질을 호도하는 경쟁사의 행위가 계속된다면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적 조치를 적극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LG화학이 지난 4월말 소송을 제기한 뒤부터 일부의 강경대응 주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간 발전적 경쟁을 바라는 경영진의 뜻에 따라 원만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전 이면에는 향후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패권 싸움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 글로벌 배터리시장은 중국이 주도하는 원통형에서 파우치형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이 기술을 채용하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요 경쟁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 점유율 선점을 위해서는 기술적 우위를 가를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파우치형 배터리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 수준이지만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도 높아 최근 들어 채용 업체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올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는 약 64조원 규모로 연평균 25%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2025년 시장규모는 18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중국의 성장으로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글로벌 업체들의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