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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에 허덕이는 쌍용자동차가 하반기 판매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셀토스, 콜로라도 등 막강한 경쟁모델이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다. 이들의 활약에 회사 대표 모델인 티볼리는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하는 등 벌써부터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4일 쌍용차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 8월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2.3% 감소한 1만15대에 그쳤다. 코란도 가솔린 모델 추가에도, 티볼리가 2317대 팔리며 전년 대비 38.6% 줄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업계는 티볼리 판매 감소가 동급의 기아차 셀토스 흥행과 무관하지 않다 판단한다. 셀토스는 지난달 6109대가 팔리며, 단숨에 RV 전체 판매 2위로 올라섰다. 1위 현대차 싼타페(6858대)와는 불과 700여대 차이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현대차 소형 SUV 베뉴도 지난달 3701대가 팔리며, 판매량에서 티볼리를 앞섰다. 베뉴보다 크고 셀토스보다 작은 티볼리가 두 모델 사이에 낀 샌드위치가 된 격이란 설명이다.
지난 6월 쌍용차는 상품성 개선모델인 베리 뉴 티볼리를 출시했다. 디자인에서부터 엔진까지 바꾸며 신차에 맞먹는 변화를 꾀했지만, 경쟁모델의 흥행 앞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모습이다.
티볼리는 지금의 쌍용차를 있게 한 주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 출시 첫 해 6만3693대, 2016년에는 8만5821대가 팔리며 경영 정상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7년 10월에는 글로벌 판매가 20만대를 넘어섰고, 이후 1년 7개월 뒤에는 30만대를 돌파했다. 쌍용차 단일 모델로 최단기간 판매기록이다. 이런 티볼리가 향후에도 계속해서 경쟁모델과의 판매에서 뒤쳐진다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쌍용차 관계자는 "티볼리가 경쟁차종의 신차효과로 다소 힘겨운 상황"이라면서도 "여전히 2000대 이상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어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티볼리 뿐만 아니라 그간 판매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렉스턴 스포츠도 막강한 경쟁모델이 생겼단 점이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26일 아메리칸 정통 픽업 트럭인 콜로라도를 출시하며 시장 변화를 예고했다.
당초 콜로라도는 높은 가격에 책정돼 렉스턴 스포츠와 직접적인 경쟁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콜로라도를 3855~4350만원이란 경쟁력 있는 가격대에 내놓았다. 예상과 달리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출시되면서, 렉스턴 스포츠와의 경쟁도 불가피해졌다는게 업계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코란도 가솔린 모델이 추가되며 실적을 받쳐주고 있단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지난 8월 코란도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77.2% 증가한 1422대를 기록했다. 7월과 비교해서도 무려 39.4% 늘었다.
쌍용차는 올 2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영업적자는 769억2600만원에 달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 두배 이상 늘었다.
수출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쌍용차에게 내수 시장은 그 어느 완성차 업체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셀토스, 콜로라도 등 경쟁 차종의 등장으로 내수 판매가 불투명해졌다. 업계 안팎에서 쌍용차 하반기 실적에 먹구름이 낄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내수 버팀목이던 티볼리 판매가 줄어들면 평택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근 임원을 감축한 쌍용차가 그 대상을 직원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