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매각주관사, 애경 등 숏리스트 4곳 선정이동걸 회장 “(대기업들이)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예비입찰 불참한 대기업들 향한 끝나지 않은 일방적 구애형평성 측면에서도 이제는 숏리스트에 집중해야 할 때
  •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뉴데일리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뉴데일리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헤어진 연인에게 쿨하지 못하고 질척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대기업들을 향한 일방적 구애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은 지난 10일 예비입찰에 참여한 5곳 중에서 4곳을 인수적격 후보자(숏리스트)로 선정했다. 애경그룹, 강성부펀드(KCGI), 미래에셋대우-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 이어 스톤브릿지캐피탈 등으로 압축됐다.

    사모펀드인 KCGI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아직 전략적투자자(FI)를 구성하지 못했고, 애경그룹은 재무적투자자(SI)를 찾지 못한 상태다. 미래에셋대우(SI)와 현대산업개발(FI) 컨소시엄은 구색을 갖췄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들이 비밀유지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이해하는데, 맞선을 보려면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며 “끝까지 얼굴을 안보고 결혼할 수 없지 않느냐”며 대기업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를 갈망했다.

    이는 숨어있는 전략적투자자(FI), 즉 대기업들에 대해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는 동시에 참여해달라는 강요의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이것은 이 회장의 일방적 구애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초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왔을 때 SK, 한화, CJ, GS, 롯데 등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사자들은 여러 차례 다양한 방식으로 아시아나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결국 물망에 올랐던 대기업들은 예비입찰에 불참했다. 상황은 끝난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 떠나간 연인을 향해 이제 밀당을 그만하자며 다시 돌아오라고 말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돌아오지 않으면 후회할거야라는 식으로 협박 또는 강요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또 이 회장은 윤곽이 나온 상황에서 관심 없다는 대기업들을 쿨하게 놔줘야 한다. 왜냐하면 예비입찰에 참여했고, 숏리스트에 선정된 후보 중에서 최적의 상대를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형평성 측면에서도 타당하다.

    끝까지 대기업 참여를 강요하고 종용한다면 숏리스트에 선정된 후보들은 불만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처음부터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는 것.

    이제 이 회장은 숏리스트 후보들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아시아나 인수전을 잘 마무리하는 길이다.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이런저런 핑계를 이유로 유찰시키려 한다면 더 큰 의혹이 생길 수 있다. 이동걸 회장의 쿨하고 의연한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