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인플레이션 하락 따른 통화정책 무력화 우려"금융안정보다 물가안정…가중치 재점검할 시기"
  • ▲ 신인석 한국은행 금통위원이 18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 신인석 한국은행 금통위원이 18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신인석 금통위원이 저물가 지속에 따른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추가 금리 인하에 더욱 힘을 실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내려갈 경우 통화당국의 금리정책을 무력화하고,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경제 상황에서 필요한 금리정책을 운용하는 데 금리 수준이 문제가 되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통화정책 여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신 위원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한은은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인하한 뒤 8월에는 동결했다. 

    그가 금리 인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낮은 물가 때문이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2%다. 그러나 소비자물가는 올해 내내 0%대 낮은 상승률을 나타내더니 8월엔 마이너스로 뚝 떨어졌다. 

    신 위원은 "최근 실물경제는 부진한 상태"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교역의 둔화가 시작됐고, 교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하강도 시작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의 물가 하락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킨다"며 "실제 경제주체들의 행동으로 드러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 목표치인 2.0%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통화정책을 무력화할 위험이 커질수록 20년간 장기불황에 빠져있는 일본 경제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 있다는 경고를 날렸다. 

    그는 "실질 중립금리가 하락하는 경제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마이너스 수준이 되면 금리정책이 무력화되면서 일시적인 침체에 빠졌을 때 통화정책으로 경제를 균형 상태로 복귀시키는 게 곤란해진다"며 "그만큼 장기침체의 위험이 커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의 지속적인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안정보다 물가안정에 가중치를 둬야 할 시기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한은은 물가목표 달성과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용한다. 

    신 위원은 "금통위가 그동안 가계부채로 대표되는 금융안정에 부여한 가중치는 주요 국가와 비교할 때 좀 더 높았다는 게 개인적인 평가"라며 "우리 경제는 이제 새로운 상황 인식이 필요하며, 금통위의 정책목표 가중치를 재점검해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