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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이후 갑자기 전세 매물 자체가 싹 빠졌어요. 하루에 집 보러 오는 사람이 3~4명씩 되다보니 나오는 즉시 거래되는 편이에요. 찾는 사람은 많은데 공급 물량은 적으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서울 양천구 목동 J공인중개사 대표)
올 가을 전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임박하면서 전세로 눌러앉은 분양 대기수요와 가을 이사철 수요가 겹치면서 강남권 등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강남권 일부 신축 단지는 전셋값이 최근 몇 달새 2억원 이상 껑충 뛰었다. 전세 세입자들이 계약을 연장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매물 품귀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04% 올랐다. 지난 7월 첫째주 이후 1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셋값 상승을 주도하는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를 보면 서초구가 0.06%, 강남구 0.05%, 송파구가 0.02% 올랐다. 또 학군 지역인 양천구도 0.04% 상승했다.
경기도 역시 8월 둘째주에 오름세로 전환한 후 상승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주 경기도 전세 가격은 0.08%나 상승해 2016년 10월 셋째주(0.09%) 이후 무려 2년 11개월 만에 전셋값이 가장 많이 뛰었다.
전월세 거래도 증가세다. 서울 전월세 거래량은 지난달 5만1014건으로 7월(5만211건)보다 1.6%, 작년 같은 달(4만8464건)보다는 5.3% 늘었다. 최근 5년간 8월 평균 거래량과 비교하면 무려 14.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셋값도 덩달아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준공한 강남구 대치동 '대치SK뷰' 전용 93㎡의 경우 지난 7월 초 13억5000만원이던 전셋값이 8월 14억, 이달 초 15억으로 뛰었다. 지난 5월만 하더라도 13억원에 거래됐으니 4개월새 2억원이 껑충 뛴 것이다.
올해 준공된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의 경우 지난 5월 7억7000만원에 전세 거래되던 것에서 지난달 10억원에 거래됐다. 최근 3개월새 2억3000만원이 올랐다.
동작구 사당동 '삼성래미안' 전용 114㎡는 지난 7월 5억원에서 이달 초 1억7000만원 오른 6억7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Ⅱ' 전용 84㎡도 지난 7월 5억5000만원에서 이달 6억2000만원에 거래돼 7000만원 상승했다.
서울뿐 아니라 서울 인근 지역도 덩달아 전셋값이 뛰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과천 전셋값은 전주대비 0.40% 오르며 1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과천시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 84㎡ 전세는 지난달 최고 9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이 지난 7월 7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달새 1억8000만원 오른 것이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학군 이사와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맞물려 정주여건이 좋은 역세권 대단지 등으로 급격히 전세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청약 대기 수요가 가세하면서 전셋값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라 분양 대기수요가 늘면서 전세시장이 다소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금리인하 영향도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는 경우 이자수익 하락을 고려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이 많아지는 반면 세입자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전세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테이터랩장은 "금리가 낮아 월세를 받으려고 하는 집주인들이 늘어 전세 공급은 줄고 있다"며 "게다가 상한제 등 영향으로 임차인들의 전세 수요가 증가해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