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간 KDDI에 기지국 장비 공급2020년 통신장비 점유율 20% 달성 청신호이재용 부회장 '日 관계 리더십' 입증스마트폰·가전 등 日 사업 확대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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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일본 5G 장비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일본 2위 통신사 KDDI에 20억 달러(약 2조 4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5G 장비를 공급키로 한 것이다. 한일관계가 경색국면을 이어가는 중에도 오랜기간 일본 측과 관계를 구축해온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이 성과로 연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3월 5G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일본 2위 통신기업 KDDI에 5G 기지국 장비를 공급키로 했다. 정확한 공급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약 2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3년까지 5년 여에 걸쳐 5G 장비를 KDDI에 공급한다. KDDI는 삼성전자와 함께 에릭슨과 노키아 등도 5G 장비 공급처로 선정했다. 이 중 삼성전자 장비는 일본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배치될 전망으로 이번 KDDI 공급업체 중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았다는 평가다. KDDI는 일본 전역에 5만 개가 넘는 5G 기지국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번 KDDI 5G 장비 사업 수주로 삼성전자의 5G 네트워크 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5G 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하면서 2020년까지 전세계 통신장비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5G 네트워크를 가장 먼저 구축하는데 성공한 국내시장에 이어 최대 시장인 미국과 함께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중심으로 5G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을 일본에 대규모 장비를 공급하게 되면서 삼성의 5G 사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공신력을 얻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 호주와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도 이번 수주건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나 이번 삼성전자의 일본 5G 시장 진출은 최근 급속도로 악화된 한일 관계 속에 이뤄진 일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면서 한일 외교문제 불똥이 경제분야로 옮겨 붙었고 그 중에서도 규제 대상 품목의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의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생산에 쓰인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고조된 상태였다.

    하지만 삼성이 자체 네트워크를 동원해 발빠른 문제 해결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한 결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오랜기간 일본 정재계와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최근 이 부회장은 지난 7월에 이어 두 달만에 일본을 다시 방문해 도쿄에서 개최된 럭비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하며 일본 측과의 공고한 관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일본 출장에서 이번에 장비 공급을 하게 된 KDDI와 1위 통신사 NTT도코모 관계자들을 만나 5G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던 사실에 비춰보면 이 부회장의 관계 리더십이 실제 사업이 이뤄지는데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올만 하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은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상호 신뢰성을 가장 결정적인 요소로 꼽을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부회장이 오랜시간 일본 정재계와 관계를 맺어온 성과가 빛을 발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앞으로 5년 간 일본 5G 시장을 구축하는데 더불어 그간 높은 점유율을 사수하지 못했던 스마트폰이나 가전 등의 사업에서도 보폭을 넓혀갈 것이란 관측이다. 5G 네트워크 강점을 기반으로 한 5G폰을 앞세워 일본 내 스마트폰 시장 판도를 바꿔나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