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후 몰락 수순삼성·LG, 사업 위축… 中企도 성장 제한대기업 투자 주춤 사이 추격 기회 허용中, 경쟁 피해 '고부가' LED 기반 재기 모색
  • ▲ 식물 생장용 백색 LED. ⓒ삼성전자
    ▲ 식물 생장용 백색 LED. ⓒ삼성전자
    한 때 신수종사업으로 각광받던 국내 LED사업이 침몰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으로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이 사실상 손을 놓게 됐지만, 오히려 해외 기업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 꼴이 됐다. 뒤늦게 사업재개를 하고 있지만 회복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LED사업은 최근까지도 회복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LED는 과거 미래 산업을 이끌어 나갈 유망한 사업으로 꼽히면서 큰 폭의 성장을 일궈냈지만, 2010년 초반 들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LED사업의 몰락을 '중소기업 적합업종' 여파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기 적합업종은 중소기업의 발전과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만든 제도다. 상대적으로 자원과 정보력 등이 풍부한 대기업의 사업을 제한해 중소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은 동반위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대기업들의 사업영역은 국내 중소기업이 아닌 오스람, 필립스 등 해외 기업들이 점령하게 된 것이다.

    결국 동반위는 2015년 1월 LED 조명을 적합업종에서 해제했지만, 대기업들이 발이 묶인 사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업체들이 매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이미 회복이 어려운 지경에 놓였다.

    A사 관계자는 "LED사업의 중기 적합업종 선정으로 중소기업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장은 저렴한 중국산에 집중되고 말았다"며 "오히려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이 글로벌 비즈니스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개발도 안되고 신제품 출시도 이뤄지지 않는 등 역효과만 나타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LG이노텍은 2010년 약 1조원을 투자해 경기 파주시에 LED 공장을 지었지만, 이듬해 LED가 적합업종에 묶이면서 수년째 LED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이노텍의 LED사업은 올해도 상반기 매출 1964억원, 영업적자 2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8% 감소했으며 적자는 2.7배 확대됐다. 매출의 경우 6년 전과 비교해 65.7% 급락했다.

    2010년 5대 신수종사업의 하나로 LED를 선정했던 삼성전자도 지난해 LED 사업팀 250여명을 같은 DS 부문 내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 등으로 전환 배치했다. 당시 LED팀 기흥사업장 연구·지원 인력이 600명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가량이 축소된 셈이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핵심 설비인 MOCVD(증착기) 일부 매각하기도 했다. 사실상 사업 포기 수순을 밟고 있는 상태다.

    국내 LED 제조사 중 유의미한 글로벌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서울반도체 또한 최근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매출 5652억원, 영업이익 23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31.8% 감소한 데 이어 3분기 매출도 10.7% 줄어든 2861억원에 그쳤다. 조명 부문의 부진 지속과 스마트폰과 TV 시장의 침체 및 OLED화 등으로 LED 수요가 위축된 데다 중국업체에 LED 주도권을 넘기면서 좀처럼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반 LED 조명분야는 중국 LED 업체에게 성장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에서 중국 내 공급과잉, 경쟁심화 등으로 평균공급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B사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투자 시기를 놓치면서 중국 업체에게 추격을 허용하게 됐다"며 "LED도 반도체의 일종이지만 진입장벽이 낮아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미미해진 가운데 규모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LED 업체들은 중국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기 위해 고부가 등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재기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부터 식물의 광합성을 돕는 식물 생장용 LED 패키지와 모듈을 출시하고 있으며 특히 백색 빛 기반 제품의 라인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LG이노텍도 최근 차량용 플렉서블 입체조명 '넥슬라이드'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얇은 기판에 여러 개의 LED패키지를 부착해 만든 차량용 조명부품으로, 차량 외장 램프에 장착해 빛을 내는 광원으로 쓰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중국 LED업체와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기 위해 기술력을 높인 고부가 제품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