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화주들에게 오는 11월 관련 내용 공지 예정연료유 해운업 원가 30% 이상 차지…실적에 부담IMO 환경규제로 비용부담 불가피…화주들도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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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상선
    현대상선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를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연내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기 위해 관련 논의에 나서는 등 만반의 채비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오는 12월부터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기 위해 관련 금액 등을 검토 중에 있다. 대상 화주들에게는 오는 11월 결정된 사항을 미리 알려 혼란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나 해운사들이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부과하는 할증료다. 일반적으로 연료유는 해운업 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연료유 부담이 커지면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유류할증료 인상은 해운사의 오래된 숙원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유류비 개편을 원하는 해운사들이 사실상 '을'의 입장이다 보니 연료유 상승에 반대하는 화주들의 주장에 가로막혀 관련 논의에 진통을 겪어왔다.

    하지만 내년에 도입되는 환경규제로 인해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선사들이 환경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저유황유 사용, 스크러버 설치, LNG 선박 교체 등이 필수적이라 상당한 비용 부담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IMO는 내년 1월 1일부터 선박 연료에 포함된 황 함량 비중을 현재 허용기준인 3.5%에서 0.5%로 낮추는 환경규제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모든 선박은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황 성분을 자체적으로 제거하는 설비를 갖춰야 한다.

    그동안 유가 급등에 휘청거렸던 현대상선도 유류비 인상에 나서면서 불확실성 요인 하나를 해소하게 됐다. 업계에선 유류할증료 도입이 유류비 부담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현대상선의 운임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유류비로 인해 수익성 회복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4년 넘게 영업 적자를 기록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물동량은 늘었지만 고유가에 저운임까지 겹치면서 손해만 계속되는 구조가 이어졌다. 

    현대상선은 지난 2분기까지 1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에 비해 영업손실 규모는 6.5% 더 늘어났다.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다소 증가했지만, 적자 확대 폭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영업이익률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반기 역시 미중 무역분쟁과 중동정세 불안정 등 글로벌 환경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여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3분기에도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환경규제 시행으로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비용 분담 차원에서 유류할증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대형 선사들도 대부분 선제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내년을 재도약 시기로 삼고 있다. 현대상선이 발주한 초대형컨테이너 선박 20척은 2020년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된다. 이에 앞서 세계 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에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준비 작업에 한창인 상황이다.

    글로벌 선사들 역시 유류비 부담을 화주에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세계 1위 머스크라인도 올해 말부터 저유황 벙커할증료를 새로 부과한다. 머스크라인은 이미 올 초부터 평균 연료유 가격과 운송 거리에 따라 유류할증료를 단계적으로 부과하는 새로운 운임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화주들도 유류할증료 도입에 공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계 전체적으로 유류할증료에 대한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화주들 간 입장차는 있을 수 있지만, 환경규제 시행으로 유류할증료 부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