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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가 새로운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HDC그룹(현대산업개발)이 선정되면서 침체된 항공산업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13일 항공업계에서는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HDC그룹이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새주인으로 낙점되면서 기대보다 우려의 시각이 많이 나오고 있다.
우선 항공업계에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있다.
A항공사 관계자는 “기존 항공사들은 긴장을 해야 할 것 같다”며 “현대산업개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안정적으로 개선될 경우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항공(애경)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을 경우에는 기존 플레이어들끼리의 예측 가능한 변화가 이뤄졌겠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새로운 관점에서 플레이어로 참여하기에 예측이 힘들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부정적인 전망은 더 많다. 항공산업이 갖고 있는 특수성과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악화됐다는 이유에서다.
B항공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과의 갈등으로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LCC 추가 등으로 공급과잉에 따른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며 “항공시장의 특수성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사업을 영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산업개발의 자금이 넉넉하다고 하지만 업황이 언제 개선될지도 모르고, 부실을 개선하고 실적을 턴어라운드 시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자칫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항공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에 이어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플라이강원이 새롭게 신규 LCC로 추가됐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통매각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C항공사 관계자는 “향후 협상 과정에서 자회사들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건이다”며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분리매각되면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상장사인 에어부산(44.17%)과 아시아나IDT(76.22%)를 비롯해 에어서울(100%),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개발(100%), 아시아나세이버(80%) 등 6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저비용항공사(LCC)이며, 아시아나IDT는 SI업체로 IT분야의 시스템 관리업체다.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지상조업 업무를 맡고 있다. 아시아나세이버는 항공 예약·발권 업체이다. 아시아나개발은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시설 보수·관리업체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자회사 통매각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공정거래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즉,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지주사인 HDC그룹의 증손회사가 되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처리해야 한다.
에어서울은 100% 자회사이기에 상관없지만, 에어부산은 지분 절반가량을 부산시와 지역 상공업계가 갖고 있다. 지분의 추가 매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재매각을 하거나 아예 인수할 때부터 에어부산을 분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정몽규 회장도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어떻게 할지 지금은 판단하기 어렵다. 항공 산업이 경쟁적이고 어려운 산업이라는 점을 알고 있고, 앞으로 전체 산업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HDC그룹이 최종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새주인이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D항공사 관계자는 “지금은 2조원 이상을 신주 인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정밀실사와 구체적인 계약조건 협상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실이 드러날 경우 협상이 깨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호산업의 경우 4000억원으로 낮게 평가된 구주가격을 올려달라고 요청할테고, HDC그룹이나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최대한 신주 인수에 베팅액을 집중하길 원할테니 이 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