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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기 위한 제약업계의 움직임이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자체 개발 플랫폼은 물론이고 AI 플랫폼을 보유한 외부 기업과의 협업 및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중심으로 주요제약사들이 AI 도입을 위한 준비단계에 있는 상황에서 최근 SK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이같은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SK는 바이오·제약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AI) 신약개발사인 스탠다임에 약 100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 개발자, 생물학자, 의학화학자, 시스템생물학자 및 변리사 등 25명의 전문가로 구성돼있다.
현재 항암, 비알콜성지방간, 파킨슨병 등 분야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또 지난 7월 이후 비알콜성지방간에 대한 특허 3개를 출원했고, 항암제 등 연내 20개 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다.
앞서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지난해 SK C&C와 사업 계약 체결 후 협업을 통해 AI 기반 약물 설계(Drug Design) 플랫폼 개발을 개발한 바 있다.
인공지능 모델은 SK C&C의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법을 통해 개발됐으며, 화합물의 ADMET(흡수, 분포, 대사, 배설, 독성) 프로파일 및 약물 작용 기전을 확인할 수 있는 약물 특성 예측 모델과 이 예측 결과를 활용해 데이터에서 약물의 숨겨진 패턴과 속성을 파악해 새로운 화합물을 설계 및 제안하는 약물 설계 모델로 구성돼 있다.
SK는 SK바이오팜의 자체 플랫폼과 함께 이번 스탠다임 투자를 통해 AI를 통한 신약개발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내제약사 선두기업인 유한양행도 AI를 통한 신약개발에 나선다. 유한양행은 캐나다의 차세대 바이오텍 기업 사이클리카와 공동 연구 계약을 맺었다.
사이클리카의 AI 플랫폼은 기존 플랫폼과 달리 약물 타깃에 결합하는 후보물질들의 약리학적, 물리화학적 특성은 물론 체내동태적 특성까지 고려해 선별한다.
유한양행은 사이클리카의 AI 플랫폼을 자사 R&D 프로그램 2개에 적용해 적합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가진 후보물질들을 빠른 시간 안에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유전체 빅데이터 기반 AI 신약개발 기업인 신테카바이오에도 지난 6월 50억원을 투자했다.
신테카바이오는 딥러닝 기술 기반 항암효과 예측모델을 바탕으로 유한양행과 항암 활성물질 발굴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한미약품, 대웅제약, 일동제약 등 국내 상위제약사들이 AI 관련 기업과 함께 공동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편, 일본제약공업협회에 따르면 AI를 신약개발에 적용할 경우 평균 10년이 걸리던 신약개발 기간은 3~4년으로 최대 70% 감축되고, 평균 1조 2200억원이 들던 개발 비용도 절반 수준으로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