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혁명 사업구조 전환... 임원 세대교체 활발잘 나가는 '신가전' 담당 신설한 LG전자제조·개발 총괄 책임 신설한 SK하이닉스인사조직발표 앞둔 삼성전자 변화상에 촉각
  • ▲ 세대교체하는 LG전자 CEO(왼쪽부터 조성진 부회장과 권봉석 신임 CEO 사장) ⓒLG전자
    ▲ 세대교체하는 LG전자 CEO(왼쪽부터 조성진 부회장과 권봉석 신임 CEO 사장) ⓒLG전자
    전자업계가 2020년 변화의 신호탄을 쐈다. 인공지능(AI)과 5G, 로봇,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완전히 바꾸기 위한 첫 걸음으로 인사와 조직 개편에도 변화가 두드러졌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자업계가 2020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잇따라 발표하며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달 28일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실시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에 이어 지난 5일에는 SK하이닉스가 2020년 달라질 인사와 조직 발표에 나섰다.

    우선 본격적인 구광모 회장 체제에 들어선 LG그룹 전자계열사들이 변화의 흐름을 주도했다. LG그룹은 국내 주요 대기업 중에서는 비교적 빠른 시점인 지난달 28일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실시하고 예상보다 큰 폭의 변화를 보여줬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부회장급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며 다른 계열사에 비해 큰 폭의 인사와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LG전자는 CEO를 맡았던 조성진 부회장이 43년 재직을 마치고 용퇴하며 TV와 스마트폰 사업을 맡았던 권봉석 사장으로 사령탑이 교체됐다. 조 부회장 외에도 CFO, CHO 등 이른바 'C레벨'로 불리는 최고책임 임원이 교체되는 동시에 최고전략책임자(CSO)라는 자리를 신설해 눈길을 끌었다.

    LG전자의 중심 축이자 미래사업의 핵심으로도 평가받는 '신(新)가전'에서도 각 제품군을 책임지는 '담당' 포지션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조성진 부회장 아래서 기반을 닦은 신가전, 전장, B2B 등 미래사업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앞서 CEO를 맡았던 한상범 부회장이 인사에 앞서 용퇴를 결정하면서 정호영 사장이 새로운 CEO를 맡아 변화를 예고했다. LCD에서 OLED로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실적 악화와 대규모 투자 부담으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수장을 바꿔 분위기를 쇄신하는 한편 승진 인사를 소폭으로 진행하고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방향으로 큰 규모의 조직개편은 지양하는 모습이었다.

    LG이노텍은 미래기술 발굴의 책임을 지고 있는 CTO를 교체했다. LG이노텍의 강점인 카메라모듈사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위를 강화할 수 있게 광학솔루션사업부를 이끌었던 강민석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새로운 CTO가 됐다.

    5일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올해 어려웠던 반도체업황 가운데 새로운 반도체 강자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는데 힘을 실었다. 지난해 새롭게 SK하이닉스를 이끌게 된 이석희 사장이 본격적인 새 부대 꾸리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사장은 무엇보다 현재 이원화돼있던 반도체 '제조'와 '개발'을 아우를 수 있는 데 초점을 뒀다. 이를 위해 기존에 제조기술부문과 개발부문에 각각 두고 있던 부사장, 전무급 책임자 외에 추가적으로 제조와 개발을 모두 총괄하는 사장급 인사를 배치해 전사적으로 전략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이 자리에는 D램 개발사업 담당이었던 진교원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개발제조총괄이라는 직책을 맡는다. 앞서 D램과 낸드플래시 개발을 두루 담당했던 인물로 이석희 사장을 최전선에서 보필하는 동시에 차기 CEO가 되기 위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아직 2020년 인사와 조직개편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미래사업을 준비하기 위한 변화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올해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이슈 등으로 적극적인 사업 전략 추진이 어려웠던 터라 3인 사장 체제를 이어가고 큰 틀에서 안정을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5G와 AI, 전장 등 미래 성장동력이 될 사업에 힘을 싣는 인사와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대규모 투자를 공언한 만큼 해당 분야에 인사와 조직이 어떤 방식으로 바뀌게 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와 파운드리에 신규 책임자 포지션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내년부터 본격 QD-디스플레이 개발과 생산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디스플레이 분야 인사와 조직개편 방향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