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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분류돼온 경북 포항 분양시장에 이변이 일어났다. 주택시장이 극도로 얼어붙었던 포항에서 1500가구 대단지 아파트가 미분양 한채없이 모두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사업지는 DK도시개발·DK그룹이 시행하고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은 '포항 로열파크씨티 장성 푸르지오'. 이 단지는 포항 북구 장성침촌지구에 소재한 곳으로 4464가구 미니신도시급 주거단지중 1차분에 해당한다.
포항 로열파크씨티 장성 푸르지오는 2017년 7월 분양 초기 자연재해가 잇따라 들이닥쳐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다.
포항에는 2016년 경주지진에 이어 관측 이래 두 번째로 큰 5.4규모 지진이 2017년 11월15일 발생했다. 이어 여진만 70여차례에 달했고 규모 3.0이상 지진도 6차례나 일어났다.그게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와 올해는 포항에 강풍과 태풍이 몰아쳤다. 특히 올해는 거리의 나뭇가지가 꺾이고 사람이 걸어갈 수 없는 상태인 초속 18m 강풍을 동반한 태풍 17호 타파가 발생,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을 할퀴고 지나갔다.
연이은 자연재해로 포항 분양시장은 극도로 위축돼 있었다. 그런 역경을 극복하고 포항 로열파크씨티 장성 푸르지오는 마침내 '완판'을 이뤄냈다.
포항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던 지진이 되레 약이 됐다.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수요자들이 강진에도 끄떡없도록 지어진 포항 로열파크씨티 장성 푸르지오로 몰려들면서 놀라운 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는 게 업체측 설명이다.김정모 DK도시개발·DK그룹 회장은 "5.4규모 대형 지진과 70여 차례의 연이은 여진, 강풍 및 중심기압 994헥토파스칼(hpa)에 달하는 초대형 태풍인 타파 발생 이후에 나타난 현상은 마치 한편의 영화와도 같았다"고 전했다.
2017년부터 연이은 자연재해 이후 포항지역 주민들의 아파트 선택기준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었다. 포항보다 한해 앞서 이웃한 경주에서도 지진이 발생한 뒤라 안전을 요구하는 수요는 어느 때 보다 컸던 상황이다.
2016년 경주 현곡 아파트현장에서 지진을 경험했던 대우건설은 이런 점을 감안해 로열파크씨티 장성 푸르지오에 리히터 규모 6.5 강진도 버틸 수 있는 내진 1등급 설계에 제진댐퍼와 스마트 지진감지 시스템 등 지진특화설비를 적용했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로열파크씨티 장성 푸르지오가 반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지진 여파로 지방 중견건설사들이 지은 아파트에 금이 가는 사례가 쏟아지자 소비자들이 내진 특화설계가 적용된 로열파크씨티 장성 푸르지오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대피를 먼저 할 요량으로 저층이 먼저 팔려 나갔다. 통상 분양시장에서 저층은 가장 늦게까지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게 일반적이다. 애물단지로 꼽히는 저층이 술술 팔려나가자 고층 분양도 순식간에 끝났다.
천혜의 지형도 한몫했다. 주변 택지지구가 매립지여서 연약지반인데 반해 장성지구는 야산 근처여서 지반이 안정적이다. 여기에 내진시스템을 갖춘 대형건설사가 짓는 아파트로 알려지면서 신뢰감을 더했다.
정남향이 아니면 절대 팔리지 않는 포항 분양시장 특징도 깨졌다. 특히 전용 84㎡ 경우 정남향이 절대 원칙이었으나 남동, 남서향도 분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진이 아파트 향(向)보다 안전에 더 가치를 두는 소비자 패턴으로 변화를 몰고 왔다는 분석이다. 가수요가 빠지고 실수요자 위주로 분양이 이뤄지면서 완판에까지 이르렀다.곽병영 대우건설 주택사업 실장은 "지진 발생과 대형 태풍인 타파의 영향으로 지역경제가 급격히 위축돼 분양 성과가 회의적 이었다"며 "시행사와 시공사가 상호 협력해 연이은 자연재해를 이겨내고 100% 분양 완판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