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부진에 IPO 일정 조정키옥시아 "내년 6월", 솔리다임 "내년 하반기"SK하이닉스, 키옥시아 4조·솔리다임 11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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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투자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 키옥시아와 솔리다임이 내년도 상장을 추진한다. 양사 당초 올해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제외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외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 키옥시아(Kioxia)는 최근 늦어도 내년 6월까지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10월 IPO 계획을 철회한 지 두 달 만이다. 

    키옥시아는 당초 지난달 상장을 추진했으나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제시한 1조5000억엔(한화 약 13조7000억원)의 기업가치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IPO를 철회했다. 키옥시아의 IPO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키옥시아는 지난 2020년, 2021년 연이어 IPO를 추진했으나 미뤄졌다. 특히 2020년엔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승인까지 갔지만 미중 무역 갈등으로 수익성 부담이 예상되면서 IPO를 취소했다.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에서 출범한 솔리다임(Solidigm)도 내년도 미국 증시 상장이 유력하다. 상장 시기나 계획에 관해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게 회사의 공식 입장이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내년 하반기 솔리다임이 상장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씨티그룹의 IR 행사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행사에서 반도체·IT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사업 현황과 유가증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장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다. 다만 지난 7월 솔리다임 상장 검토 소식이 전해진 것과 비교하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업황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일정을 조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키옥시아와 솔리다임은 모두 SK하이닉스가 투자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투자에는 약 4조원, 솔리다임 인수에는 약 11조원을 투입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상장 일정 조정을 두고 낸드 플래시 시황 둔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들어 범용 낸드 가격이 두 달 연속 하락하는 등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이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고정거래가격은 10월 말 기준 3.07달러로, 전월 4.34달러 대비 29.18% 하락했다. 지난 8월(4.9달러) 이후 두 달 연속 하락세로, 지난달에는 9월(-11.4%)보다 하락 폭이 더 컸다.

    스마트폰·PC 등 IT 기기 수요가 늘고는 있으나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해당 제품에 탑재되는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올해 들어 급감하던 낸드 플래시 재고도 증가세를 보이며 다시 적정 재고 일수인 6~8주 수준에 가까워졌다. 

    올해 초만 해도 시장에서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를 중심으로 낸드 시장이 크게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지난해 낸드 업체들이 앞다퉈 감산에 나서면서 가격 하락을 안정화한 영향이 컸다. 그러나 경기침체 장기화,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등이 소비자 지출에 영향을 미쳤고 스마트폰·PC 등의 재고 소진 속도가 둔화되며 AI서버에 필요한 eSSD를 제외한 낸드 시장 회복은 지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SSD와 같은 고수익 제품의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나 범용 낸드의 수요 회복은 제한 적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낸드는 AI의 제한적인 수혜 영역으로 차후 개선 속도는 현저히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키옥시아와 솔리다임이 내년 상장에 성공한다면 SK하이닉스도 적지 않은 수혜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키옥시아가 상장하면 SK하이닉스는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지분을 보유한다고 가정하는 경우 키옥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끌어낼 수도 있다. 솔리다임 상장 또한 재원 확보와 생산 능력 확대 등으로 SK하이닉스의 eSSD 사업 시너지 극대화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