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총선 같은 정치 이슈에 경제 휘둘려선 안돼”

“올해를 돌아보면 정치권의 대립이 격해져 경제현안이 함몰된 경향이 있다. 내년에는 총선과 같은 정치 이슈에 경제가 휘둘려서는 안 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말이다. 그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2020년 경제정책방향 기업인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간담회에는 박 회장을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등 주요 대기업 대표 및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단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관해 기업현장의 애로사항 등을 논의했다.

박용만 회장은 “누가 더 빨리 기업을 역동적으로 움직여 신산업을 선점하느냐를 두고 주요국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데 경직된 플랫폼으로 우리나라가 뒤처지는 현실이 아쉽다”며 “우리 기업이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법을 바꾸고, 법을 바꾸기 어려울 경우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라도 개선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정치 일정으로 경제현안이 후순위로 밀리는 현실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홍남기 부총리에 요청했다. 주요 입법과제가 총선 등의 이슈로 해결되지 않고 자동폐기되는 것을 경제부총리가 앞장서 막아달라는 주문이다.

아울러 지난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관한 의견도 내놨다. 그는 “정부가 경제활력 회복 의지를 갖고 내년에 여러 정책을 시행하려 한다”며 “상의가 건의한 과제도 다수 내년 과제에 포함됐지만, 계획은 실행에 옮겨져야 진정한 성과가 나타나는 법이다. 경제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난제를 해결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올해 민간활력과 성장률이 당초 기대에 못 미쳐 송구하다며 사과의 뜻을 전하며 인사말을 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성장의 둔화 속에서 국내 투자와 수출 역시 부진했다”며 “이러한 어려움에서도 정부는 경기 하방압력에 총력을 다해 대응하며 혁신적 포용국가의 토대 마련을 위해 노력했지만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정책방향은 길잡이에 불과하다.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기업현장과의 소통 노력을 강화해 현장애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1시간여에 걸친 간담회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가 연구개발(R&D) 분야와 관련한 세금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업인들은 해당 분야에 관한 세액공제 요건을 완화해달라 요구했다.

또 주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한 보완책 마련에 정부가 각별히 신경써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홍 부총리는 기업인들이 요청한 사안들에 관해 추가 검토를 통해 정책에 반영할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